20대 총선은 끝났다. 당초 예상을 깨고 여소야대 결과를 낳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지역구에서 여성의원 역대 최다 당선자를 배출한 점이다. 19대 총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후 중앙선관위)의 공식 발표에 의하면 36.2%였고, 특히 20대 전반(20~24세) 여성의 경우는 18대 총선 24.1%보다 40.4%로 크게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55.7%, 여성이 53.1%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아직 중앙선관위의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20대 총선에 대한 한국방송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20대 투표율은 무려 49.4%나 됐으며, 30대도 19대 43.3%(중앙선관위 발표)에서 49.5%로 상승해 여소야대의 20대 총선 결과는 20대, 30대의 힘이 컸다고 분석할 수 있다. 짐작컨대 이 속에는 여성의 힘도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왜 20, 30대는 앵그리 보터(angry voter)가 됐을까. 청년실업과 노동시장 불안이 주요인일 것이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는 불안정한 노동환경에서 취업 실패자나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성에 차지 않는 20대, 30대의 상당수가 이 케이스에 속할 것으로 여겨진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녀들이 대거 취업기에 몰려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인데 이러한 청년들의 실업난을 당장 해소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구직 과정에서 여성은 성별, 연령별 차별 경험을 많이 겪고 남성은 학력, 지역 차별 경험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년여성 일자리는 대개 남성 대비 상용직 근로자 비율이 낮고 임시직 비율이 높고, 취업자 절반이 30인 미만의 작은 사업체에 종사하고 있으며, 감정노동을 하는 사례가 훨씬 많다. 특히 여성의 경우 업무 능력이나 리더십 부족보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업무공백 우려가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니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에서 N포(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의 핵심은 여성청년실업 문제이며, 여성청년실업 문제의 핵심은 열정페이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청년 열정페이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의하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는 열정페이 청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하다 2012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청년 임금근로자 중 열정페이 청년 비중은 2015년에 17.0%(63만5000명)나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는 열정페이 증가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과 저연령(15~24세), 대학 재학생, 서비스 업종과 소규모 사업장 취업자, 비정규직과 임시일용직 등에서 비중이 크고 증가세도 가팔랐다는 점이다. 그리고 열정페이 청년과 비열정페이 청년의 임금 격차가 무려 2.5배에 달한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열정페이 근절을 위해 인턴, 실습생 등 ‘일경험’ 수련생에 대한 법적 지위 판단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올 2월 1일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정책에 대한 지원과 관심, 정책에 대한 꾸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책의 효과를 기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열정페이 근절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여성 국회의원이 더 가져야 하며, 그것이 재선의 한 방법일 수 있다.
시장 골목마다 길거리에서 뽑아 달라고 머리 숙여 읍소하던 그 열정으로 여성 국회의원들이 당을 떠나 진지하게 열정페이 문제를 다뤄주기를 간절히 빈다. 물론 남성 국회의원들도 참여한다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