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정당 활동
대변인 등 진보정당의 얼굴
‘국회의원 정의당’ 될 것
“사회적 약자 목소리 실종”
“당원들이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한 비례대표를 국민 앞에 선보였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당 지지율을 높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 이제 국회 안에서 역할을 잘해낸다면 정당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다른 당에서도 민주적인 정당 운영 시스템을 혁신해야겠다고 생각하도록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
정의당 비례대표 1번 이정미(50) 당선자는 2012년 창당 때부터 정의당을 지켜왔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민주노동당 시절 대변인을 맡았으며, 진보정의당과 정의당에서도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도 당을 지키고 키운 역할에 대해 당원들이 평가해준 것 같다”며 “한눈팔지 않고 진보 정치가 해야 할 소임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이정미가 아닌 ‘국회의원 정의당’이 되겠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굉장히 낮은 이유는 정당이 국민의 마음을 살피고 삶의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의당에서 힘을 모으고, 조직된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만들고 싶다.”
이 당선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17대 국회만 해도 차별금지법과 장애인 이동권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문제가 다뤄졌지만, 18~19대 국회를 지나면서 거의 사라졌다는 게 그 이유다. “정치가 그런 문제를 외면한 결과 사회적으로 약자를 혐오하고 공격하는 현상이 만연했다”며 “20대 국회 들어가면 눈치 보지 않고 소수자를 위해 일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정치 멘토로 강기갑 전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꼽았다. 그는 “진정성 있는 정치활동을 보여준 강 의원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심상정 대표는 새벽 냉수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여성이 한국사회에서 정치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심 대표는 흔들리지 않는다. 여성 정치인으로서 무엇을 이기고, 극복해야 하는지 일깨워 줬다.”
13년간 정당 활동을 한 그는 여성 정치인 인재가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남성 국회의원 중에 자질을 충분히 갖춘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느냐”고 반문하며 “정치인들은 정치적인 기회가 주어지고 그 안에서 단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배고프고 가난하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자’ 입으로 떠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청년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일단 기회를 많이 보장하고, 그 안에서 정치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정당이 지원해야 한다.”
끝으로 가장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20대 총선을 준비하면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15번에 남성을 배정한 것이다. 그런데 제재할 방법이 없더라. 법망을 피해서 불법행위를 한 것이다. 더민주에 여성 지도자들이 많지만, 이 문제에 침묵한 것이 더 충격이었다. 홀수 번호에 여성을 배치하는 것은 여성계가 공동의 힘을 모아서 추진한 일이다. 이것을 야당 스스로 허물어뜨린 행위에 대해 묵인하고 넘어간 것이 안타깝고 속상하다. 20대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제재 수단을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