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입맛 맞춘 선거전략
‘국민 사위’ 운운…외모 상품화
젊고 예쁜 여성을
선거전 마스코트나
기쁨조로 동원 ‘비판’
선거운동이 종반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후보자 가족들의 유세전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총선 혈투 속에 유권자들의 표심 공략을 위해 가족과 친척의 외모를 활용한 선거운동이 펼쳐지면서 “외모 마케팅이 선량 후보가 할 일이냐” “정책과 인물 대결을 해야지, 성평등 시대에 왜 외모 대결이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선거 때 배우자는 공개해도 자식은 공개하지 않던 관례에서 벗어나 후보 주변의 젊고 예쁜 여성들을 내세워 외모 경쟁을 하는 현상은 이례적이라 유권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 파문으로 탈당한 무소속 유승민(대구 동을) 후보의 딸 유담(22) 씨는 지난달 30일 대구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한 사진이 공개된 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누리꾼들은 유 후보에게 ‘국민 장인’이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서울 마포을) 후보는 자칭타칭 ‘국민 고모’다. 드라마 ‘구가의 서’ ‘달콤살벌 패밀리’ 등에 출연한 배우 손가영씨가 손 후보의 조카로 알려진 뒤부터다. 가영씨는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고모를 응원하기도 했다.
더민주 홍보위원장인 손 후보의 선거캠프에선 아예 공식 트위터에서 ‘남심 저격’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외모 마케팅을 벌였다. “#국민고모 #연예인 쉬어가는 코너로 손혜원 후보 조카를 소개합니다(남심 저격 ㅎㅎ)”라는 문구 아래 배우인 가영씨의 사진을 올렸다. 두 사람이 화제몰이를 하기 전에는 더민주 김부겸(대구 수성갑) 후보의 딸인 배우 윤세인씨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는 진보정당도 마찬가지다. 심상정(경기 고양갑) 정의당 대표 역시 아들 이우균씨의 외모가 화제가 되자 트위터에 “일부 자극적인 가족 마케팅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도 “물론 사진에서 진동하는 훈내는 어찌할 수 없다. 인류는 확실히 진화하는듯….”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외모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자 언론은 “‘여신 미모’ 후보자 딸·조카들 ‘표심 저격’” “유승민 딸, 수지 뺨치는 미모에 발대식 ‘술렁’” ‘걸그룹 미모 뺨치는 딸 등장’ ‘얼굴로 효도정치’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보도해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20대 유권자 이모(서울 관악구)씨는 “손 후보의 ‘미녀 조카’ 홍보 등은 철저히 남성의 입맛에 맞춘 선거 유세 전략”이라며 “왜 ‘젊고 예쁜 여성’이 선거 유세의 마스코트나 기쁨조로 동원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여성을 온전한 인격체가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시각이 정치권에 여전히 만연하기 때문에 이런 관행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그 관행이 공적 공간의 여성혐오를 확산시키고, 여성을 포함한 많은 유권자의 정치혐오를 부른다. 유권자의 절반은 여성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젠더 전문가들은 투표율만 보더라도 정치에 훨씬 더 참여적이고 적극적인 여성 유권자들을 염두에 두지 않는 선거 전략이라며 “필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민숙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여성 유권자들을 우습게 보는 행태다. ‘국민 사위’ 운운하면서 여전히 남성들을 주체로 보고 있다”며 “유권자들의 의식 수준이 더 높은데 선거캠프에서 젊은 여성 유권자들의 반발이나 실망감을 잘 모르는 것같다”고 지적했다.
장명선 이대 젠더법학연구소 교수는 “후보자의 정책을 보고 선거를 해야 하는데 가족의 외모를 활용한 선거전은 외모를 상품화하는 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가족을 선거에 동원해도 단순히 외모가 아니라 왜 이 후보자가 돼야 하는지 정책을 이야기하면서 선거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외모로 어필하다보면 후보자의 정책이나 인물 면면이 가려질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