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중학교 ‘정보’ 필수과목
3000시수 중 34시간 겨우 배정
디지털적 사고와 문제해결 교육 해야
남자아이 위주의 컴퓨팅 교재 개선도 과제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은 소프트웨어(SW) 개발자의 승리라고 해석할 수 있다.”(10일 ‘창조경제 혁신전략 및 사례공유 콘퍼런스’에서 류제명 미래창조과학부 소프트웨어정책과장)
“인공지능을 두려워하지 말고 사회와 경제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포용해야 한다.”(16일 ‘인공지능 국제 심포지엄’에서 로브 하이 IBM 최고기술책임자)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역사적 대결’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정보기술 산업에 큰 변화가 도래할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한국은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보다 AI 관련 기술 개발이 더딘 상황이어서 디지털 혁명에 어떻게 대응할지 위기감마저 감지된다. 출발이 늦은 만큼 이제라도 정확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세돌은 1국 패배 후 “알파고를 만든 프로그래머에게 깊은 존경심을 표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시대와 AI 기술을 주도할 인재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철(한국컴퓨터교육학회 회장) 고려대 정보대학 교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인간과 경쟁하기보다 인간이 필요할 때 쓰고 활용하는 공존 관계가 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더 창의적인 일을 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국은 2014년 9월부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5세부터 16세까지 국가 교육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산업경제에 맞는 새로운 역량을 키우기 위해 수학과 과학 교육을 처음 도입했다. 산업혁명에서 디지털 혁명으로 전환되는 지금 또 한 번 교육혁신을 시도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2014년 선택과목이던 중학교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 ‘정보’가 필수교과로 결정돼 오는 2018년부터 시행되지만 비중은 미미하다. 김 교수는 “중학교 3년 동안 배우는 3000시간 중 정보 과목은 34시간”이라며 “나머지 2966시간은 수학이 80%를 차지하는 기존의 교육에서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어려운 원인 중 하나는 대학입시다. 대학입시에 쓰이지 않으면 가르치지 않는 구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대학입시 과목은 전형적인 산업혁명 시대 과목들이어서 아이들은 없어지는 직업에 대한 교육만 받고 나오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특히 여자아이들의 컴퓨팅(computing)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컴퓨팅 관련 직업군에서 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밖에 안 되는 현실에 주목했다. 이대로 가면 소프트웨어 사회에서 남녀 간 경제적·사회적 역량의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로봇과 게임 등 남자아이들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선해 여자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고 시도할 수 있는 여러 교재가 개발되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초중교 여학생을 대상으로 ‘리틀 핑크 코딩 파티’ 등 게임과 윈도우 앱을 만들며 프로그래밍 언어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캠프를 개최하기도 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ICT전문융합인력 실태분석 및 전망’ 조사에 따르면 2018년까지 석박사급 고급 SW 인력은 1만1000명가량 부족하다. 반면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5대 융합 분야 인력 수요는 3만5000명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이벤트로 얻은 교훈은 교육 강화”라며 “정보화 교육은 프로그램 개발자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미래 정보화 시대에 디지털적 사고를 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초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