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저널리스트 손지애
『손지애.CNN.서울』 펴내
CNN 특파원 등 25년간의 도전 기록
“내가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을 묻는다면 최초로 한국인 CNN 특파원을 했다거나, 청와대에서 일했다거나, 최초로 종합 방송국의 여성 CEO를 맡은 그런 일이 아니다. 딸 셋을 낳아 그래도 사회에 득이 되는 사람으로 키운 것이다.”
외신 기자와 G20 정상회의 대변인, 최연소 아리랑 국제방송 CEO 등을 지낸 글로벌 저널리스트 손지애(53)씨가 25년간의 도전 과정을 기록한 『손지애.CNN.서울』을 펴냈다. “손지애 CNN 서울”은 그가 CNN 서울 지국장 겸 특파원으로 15년을 지내면서 방송이 끝날 때마다 수백 번, 수천 번 내뱉은 멘트다.
‘손지애’는 ‘끝없는 도전’의 대명사다. 역동하는 대한민국을 보도하는 기자이자 세 아이의 엄마, 시부모를 모시는 맏며느리까지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언제나 도전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삶은 끊임없는 탐색이며, 모험과 마주하고 이겨내는 과정이다.
그러나 자신을 ‘성공의 표본’으로 여기는 사회의 시선은 경계한다. 또 사회가 규정해놓은 성공 사례를 거부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제일 잘한 일’이 ‘딸 셋을 낳아 키운 것’이라 강조하는 것도 자신의 겉모습과 경력에만 집중하는 편견에 맞서는 행동이리라. 그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오직 ‘도전하는 용기’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은 실패할 확률이 높은 만큼 성공에 따른 보상이 엄청나다. 선구자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내가 얻은 결과에만 집중하곤 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것에 관심을 갖고 뛰어든 시간들이 있었다. 내가 청년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좋아하는 일에 도전하라’는 것이다.”
“아이는 언제 낳으면 좋을까요?” 그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첫아이를 27살에 낳고 둘째와 셋째는 10년과 12년 후에 출산한 손씨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을 인터뷰하러 들어간 청와대 여자 화장실에서 열심히 모유를 짠 열혈 엄마다. 24시간 생방송이 생명인 CNN 특파원으로 살면서 ‘모유로만 키우겠다’는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켰다.
“여성이 커리어를 지키면서 가정을 꾸려나가는 일은 정말 어렵다. 모든 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하는 이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해서는 이토록 고집스럽게 변화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 사회에 사는 여성은 고충을 견뎌내면서 세상에서 제일 큰 기쁨인 아이를 낳아 기를 각오를 해야만 한다. 각오가 되어 있다면 시기는 문제가 안 된다.”
『손지애.CNN.서울』은 청년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와 열정의 메시지로 가득하다. 그는 청년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는 질문에 “빈칸을 어떻게 채우느냐의 문제이지 빈칸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가진 게 없다고 걱정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조금 가졌다는 것, 지금은 당장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앞으로 가질 게 더 많다는 얘기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도 죽을 것 같이 힘들고, 하루를 어떻게 버틸까 생각한 적도 많은데 버티면, 살아있으면 그 발버둥으로 인해 전보다 좋은 사람이 된다. ‘헬조선’이라고 하는데 그걸 ‘까짓거 헬조선’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헬조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자체가 살아있다는 거 아니겠나.”
25년간 글로벌 저널리스트로서 경력을 쌓은 그는 2010년 돌연 공무원으로 변신했다. 사람들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지만‚ 그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G20 정상회의 대변인을 통해 대한민국의 긍정적인 발전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여성 CEO로 아리랑 국제방송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도 무모하긴 마찬가지였다. 직원 200명의 언론사를 경영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무자격’을 극복하고자 노력한 끝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인생이란 무경력, 무경험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일의 연속이다. 자격과 경험이 없다고 주저앉는다면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모험을 해보지 못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일도 그렇다. 우리가 이 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고난으로 가득 찼는지를 미리 알았다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