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성평등 정책 발전과 여성주의 의식 높이는데 온힘
성별영향분석평가센터장 맡아 직접 젠더 강의도
“지역 자원이 부족해 성평등 정책을 제대로 못해서야 곤란하죠. 해바라기처럼 지역이 중앙만 바라봐서도 안 되고요. 그게 중심과 주변의 위계를 해체하는 여성학 정신 아닐까요.”
여성신문 선정 ‘2016 제14회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 수상자인 박혜경(53)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 연구개발부장 겸 성별영향분석평가센터장은 지난해 3월 강원도로 내려간 후 성평등 정책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책상물림 연구자가 되고 싶지 않아 더 발로 뛰었다. 정선군과 함께 ‘비전 정선 2020 정선군 종합발전계획’을 성별영향분석평가를 통해 여성 버전을 만들 당시 모든 부서를 다 돌면서 실무자들과 회의를 진행했다. 정선군은 지난해 여성정책기본계획을 양성평등기본법에 맞춰 양성평등기본계획으로 변경하고, 군 단위로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여성정책 주무부서(여성청소년과)를 설치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7월 2일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이 양성평등기본법에 관한 토론회를 열고, 성별영향분석평가센터장으로 직접 젠더 강의를 진행한 일은 지금 생각해도 뿌듯해요. 강원도가 성평등정책 담론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원래도 일 많이 하는 편인데 지난해 가장 많은 일을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일을 다 끝내고 나니까 힘이 불끈 솟더라고요.”
그는 페미니즘을 일상의 언어로 쉽고 재밌게 풀어낸 ‘젠더 토크 36.5도씨’를 기획해 새로운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지역 주민들이 성평등 정책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새해에도 ‘젠더 토크 36.5도씨’를 더 흥미롭고 내실 있게 꾸릴 구상이다.
“강원도 내 2030 세대의 결혼관과 정주의식 조사를 기반으로 연구에 본격 매진할 겁니다. 젊은이들이 강원도를 떠난다고 걱정하는데 다시 돌아오게 하는 방안이 분명 있습니다. 성평등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으로 지역의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수상자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 부장은 부드럽지만 단단했다. “나는 연구자면서 활동가예요.” 여성학은 이론과 실천을 분리하지 않는다. 그 역시 학계와 성평등 정책 연구기관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도 현장과 유리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는 그의 첫 출발이 현장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1987년 여성의전화(현 한국여성의전화연합)에서 실무자로 대중매체 홍보, 소식지 『베틀』과 여성수첩 제작, 회원 교육 업무를 맡았다. 그야말로 ‘열정의 시대’였다. “일을 세게, 끝까지 하는 걸 배워서 대충 하는 걸 지금도 몰라요. 다행히 좋은 동료, 후배들을 만나 재밌게 일했지요.”
지난 2003년 인천발전연구원에 들어간 후 인천여성정책센터(현 인천여성가족재단)를 짓고 센터장을 맡았다. 개소식 당일 ‘이중의 주변성을 넘어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만큼 의욕을 불태웠다고 한다. 이화여대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여성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일리노이대 박사후 연구원을 마쳤다. 여성학과에서 ‘가족’을 전공한 그는 연세대 등 여러 대학에서 ‘여성학’ ‘성과 사랑’ ‘가족사회학’ 등을 강의하고 다수의 저작과 학술논문을 통해 여성주의 관점에서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여성주의 반격에 대항하는 담론 확산에 힘썼다. 또 페미니즘을 돌(아)보는 사람들을 만들어 비판적 페미니즘 담론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