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딸을 낳은 후 5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뉴시스·여성신문
최근 딸을 낳은 후 5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뉴시스·여성신문

최근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갓 태어난 자신의 딸을 위해 쓴 편지가 공개되면서 화제가 되었다. 딸이 지금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의 심정일 것이다. 이들 부부가 특별한 것은 단지 바람을 갖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5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저커버그의 공개 편지 내용이 화제가 되자 그럼 다른 CEO들은 자식이 태어났을 때 어떠했는지도 궁금해진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덴마크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남자 CEO가 첫아이로 딸을 얻으면 여자 직원 급여는 월평균 1.1% 오르지만 남자 직원은 0.6% 오르는 데 그쳤다. 그렇다면 첫 자식으로 아들을 얻으면 얼마나 올랐을까? 아들을 얻으면 직원들 평균 연봉이 오히려 0.4% 줄었다고 한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연구진이 내놓은 해석이 눈길을 끈다. 남자 CEO가 딸을 얻으면 다른 사람들의 행복에 신경을 좀 더 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아마도 딸들이 성장하고 활동할 이 세상이 여자에게 거칠고 힘들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조금이나마 편안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애틋한 심정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닐지 싶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여자가 남자보다 더 중요하다는 조사자료는 또 있다. 스위스는 여성에 대한 참정권을 1959년 이래 점진적으로 넓혀왔는데 이에 비례해 26개 주의 지방재정 적자 폭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물론 인과관계를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이유로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면서 공동체를 위한 이타주의, 신중한 의사 결정 등 여성적 특성이 정치 전반 그리고 재정의 건전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올해 6월을 기점으로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를 앞질렀다. 단지 숫자가 많다는 것뿐만 아니라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보다 높은 것에서 알 수 있듯 교육 수준 등 질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대졸 여성의 취업률은 남성보다 턱없이 낮고 평균임금 격차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여성들에게 실속은 하나도 없는 여초(女超) 국가인 셈이다.

지금 시대에 ‘딸’이나 ‘여자’가 새삼 중요한 이슈가 되는 이유는 여자가 남자보다 해야 할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직장일의 의미와 중요성은 이제 남녀 모두에게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가정일을 여성이 추가로 더 해야 하는 것인데 이는 전적으로 여성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 임원 승진에서 화제가 된 여성이 있다. 스스로를 ‘배터리와 결혼한 여자’라고 했고 화장은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로 여겨 평생 안 했다고 했다. 결국 직장일에 올인해야 자신의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풍토를 이 여성 임원이 보여준 것이다. 이제 ‘직장일과 결혼한 여자’들이 쏟아져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을 막고 ‘직장+가정’과 결혼한 여자들로 바꾸기 위해서는 국가는 정책으로, 기업은 조직문화로 그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요즘 우리나라 재벌 오너의 2세, 3세 딸들이 여성 경영자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띈다. 이들이 물론 경영능력과 소양을 갖추었을 것이지만 오너의 자식으로 ‘부(富)의 대물림’이라는 대중의 시선을 피하기는 어렵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는 스스로 창업해 이룬 재산을 자식이 살아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아낌없이 기부하고 있다. 우리나라 남성 CEO들이 지금껏 하지 못한 일들을 여성 CEO들이 담대히 해볼 것을 권해본다. 아버지가 창업해서 지끔껏 이룬 부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자랑스런 아버지의 딸들로 태어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그 부를 쓴다면 더욱 기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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