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화이론연구소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주최로 10월 29일 열린 ‘아시아 경제 동향과 여성’에 관한 콜로키움 모습. 사진 가운데가 자야티 고시 인도 자와할랄네루대 교수.
여성문화이론연구소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주최로 10월 29일 열린 ‘아시아 경제 동향과 여성’에 관한 콜로키움 모습. 사진 가운데가 자야티 고시 인도 자와할랄네루대 교수.

자야티 고시 인도 자와할랄네루대 교수 방한

아시아 전역에서 낮은 임금 받고 일하는 여성들

일터에서 남성은 감독관, 여성은 노동자로

캄보디아 의류공장 여공들

100달러짜리 청바지 만들면서 월급은 70달러

자국 여공 임금 낮추는 정책으로

다국적 기업 붙잡아 달러 벌어

자야티 고시 인도 자와할랄네루대 교수는 개발도상국 발전경제학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페미니스트이자 진보사회운동가다. 최근 방한한 그는 페미니스트들과 만나 솔직하고 편안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가 10월 29일 고시 교수를 초청해 ‘아시아 경제 동향과 여성’에 관한 콜로키움을 열었다. 고시 교수의 강연과 질의응답 내용을 정리했다.

수출산업공단에 왜 여성 노동자가 몰려 있나

아픈 아이를 밤새 간호했다고 특별 수당을 달라고 하는 엄마가 있을까? 가족의 힘겨운 삶을 품어주며 가격을 매기는 엄마가 있을까? 여성들은 오랫동안 대가 없이 가족에게 헌신해 왔다, 너무 많은 일을 하면서도 그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아요”라고 말하곤 한다. 육아와 집안일 등 이중 삼중의 일을 감당하느라 대부분의 아시아 여성들은 임금노동에 참여하기 어렵다,

전형적인 여성들의 일이라고 알려져 있는 보육 교사, 간병인, 친절하게 고객을 대접하는 서비스 업종의 여성은 적은 임금을 받는다. 여성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마트에서, 건물 청소파트에서, 공장에서 여성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가정주부이자 어머니이고 잔심부름을 하는 딸로 취급받는다. 가족처럼 대하는 친절한 표현 같지만 거기에는 여성 노동을 값싸게 얻으려는 자본가들의 전략이 있다. “어머니, 아이들 간식 값이라도 벌어야지요?”

고시 교수에 따르면 아시아 전역에서 여성들은 낮은 임금을 받고, 남성과 임금 차가 크며, 일터에서 남성은 감독관이고 여성은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민간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 의료보험공단과 같은 공공 기관에서 여성들을 고용해 의료 관리를 하지만 그들에게 한 달에 15달러가량 지불할 뿐이다.

우리나라는 1970∼80년대에 수출주도형 산업을 통해 경제 발전을 해왔다. 가발공장, 신발공장, 인형공장, 옷공장에서 여공들은 밤새워 일했고 정부는 이들을 수출 역군이라 칭송했다. 그러나 당시 최고임금제도가 있었다. 아무리 회사가 돈을 많이 벌더라도 여공들에게 많은 임금을 주지 말라는 법이다. 정부는 기업들 편에서 경제 정책을 펼쳤다. 수출로 벌어들인 돈은 사주들의 주머니로 들어가 그들을 재벌로 만들었다.

 

자야티 고시 교수는 강연에서 “여성 노동을 값싸게 얻으려는 자본가들의 전략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야티 고시 교수는 강연에서 “여성 노동을 값싸게 얻으려는 자본가들의 전략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자본주의는 여성에 의존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리랑카,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중국 등지의 수출산업 단지에 여공들이 집결해 있다. 고시 교수는 아시아지역 수출산업단지 공장 노동자 여성의 비율은 70%를 웃돈다고 전한다. 캄보디아 의류공장 여공들은 한 개에 100달러짜리 청바지를 만들지만 월급이 70달러 정도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자국 여공들의 임금을 낮추는 정책으로 다국적 기업을 붙잡아 달러를 벌고 있다.

고시 교수는 자본주의가 확장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민영화와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예로 들었다.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교육, 의료, 복지 등을 민영화하고 있다.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결국 정부가 개인들에게 떠넘긴 일들을 여성들이 책임지게 된다. 결국 보육, 돌봄, 가사노동이라는 이중삼중의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여성들은 유급노동에 참여하기 어렵다.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때도 무방비한 착취에 놓여 있다. 수출 산업에서 경영과 디자인을 제공하는 본사와 물건을 판매하는 제1세계 기업은 자신들의 특권을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 라인에 참여하는 아시아 지역 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을 쥐어짜는 것이다.

최근 아시아 지역의 생산 공정 방식이 바뀌고 있다. 공장으로 여성들을 불러내기보다도 집에서 물건을 만들게 한다. 여성들은 집에서 조화를 만들고, 작은 머리핀을 붙이고, 나이키 신발끈을 매고, 베네통 티셔츠에 수를 놓고, 심지어 전기다리미까지 조립한다. “집에서 아이들도 돌보고 돈도 벌고 얼마나 좋아요?”라며 그들을 설득한다. 일한만큼 돈을 받기에 때론 온가족이 밤새워 일을 하기도 한다.

고시 교수는 이런 개인 가택업을 비판한다. 기업은 집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노동자로 여기지 않는다. 일하는 중에 일어나는 어떤 사도도 책임지지 않는다. 일할 장소도 필요 없고 안전수당도 지불할 필요가 없다. 노동자를 책임지지 않으면서 노동력만 얻어가는 방식이다. 여성들도 자신들이 노동자라고 여기지 않는다. 기업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공장에서 개인 가택 업(Piece rate job)으로

개인 가택업(Piece rate job)은 전문직에도 확장되고 있다. 영국의 펭귄사와 같은 굵직한 출판사들이 인도로 이전했다. 인도에서 훨씬 싼 값으로 편집과 출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을 잃어버린 여성들은 개인적인 가택업무로 전환해 10분의 1의 임금을 받으며 계속 출판업에 종사하고 있다. 출판사들은 저임금 전문직 여성들이 있는 본국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있다.

사람들이 경제 발전을 측정할 때 국내총생산(GDP)을 지표로 사용한다. 심한 공해로 기관지가 아파서 병원에 가도 GDP는 증가한다. 환경을 훼손하고 사람들을 고통 받게 하는 화학비료를 많이 팔아도 GDP가 증가한다. 고시 교수는 우리가 GDP의 증가가 경제발전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면 불가능처럼 보였던 대안 경제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GDP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파이가 커지면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시아 노동자 사례는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고시 교수는 위에서 아래로 나누어주는(Trickle down)은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래서 위로 가는(Bubble up)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때 GDP가 아니라 사람들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사회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relational poor) 그럴만한 시간이 있는지(time poor)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 정부는 사람들의 기본 요구를 충족시키는데 먼저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여성들이 자동적으로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인도 여성 수상 인디라 간디는 여성의 삶을 낙후시켰습니다. 모든 사회주의자가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모든 페미니스트는 누구나 평등하고 자유롭다는 것을 믿는 사회주의자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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