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스티브 잡스 애플컴퓨터 최고경영자(CEO)가 2005년 지금까지 생산한 모델 가운데 가장 큰 30인치 평면모니터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고 스티브 잡스 애플컴퓨터 최고경영자(CEO)가 2005년 지금까지 생산한 모델 가운데 가장 큰 30인치 평면모니터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인류 최초의 아바타(Avatar)는 기업(주식회사, 법인)이다. 이 아바타의 발명(?)은 인류사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1750년까지 세계 인구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80달러였다. 그런데 1751년부터 2000년까지 GDP는 6600달러로 무려 37배나 증가했다. 인류가 가지고 있는 부의 97%가 최근 250년간 만들어진 것이다. 그 250년 동안 급속한 부의 성장을 가져온 것이 시장경제이며, 기업은 시장경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다.

기업이 인류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 단순히 생산성이라 단정 짓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단순 상업에서 기업이라는 획기적인 발전을 이룬 전기는 인간에게 부여된 온갖 법적 지위를 기업이 누릴 수 있도록 의인화했다는 데 있다.

이 아바타의 주인은 정부가 집단적인 권리와 책임을 부여한 주주로, 법인격을 갖춘 주식회사를 의미한다. 아바타를 조종하는 것은 CEO들이며, 이들은 권리와 의무가 법적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법적 소송을 당하기도 하지만, 주주들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주주자본주의는 이들을 주주를 대신하는 대리인이라고 하며 주주와 대리인 간의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을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이라고 한다. 어쩌면 주주를 위해 이익을 창출하고 CEO 개인이 받는 보상을 극대화하는 것을 삶과 경영의 목표로 삼는 게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이런 상식과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기업과 CEO들에게 사람들은 열광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자본의 탐욕이 꼭 성공과 성장의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이익이나 성과에 집착하는 대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집착한다. 고객을 팬으로 만들어야 한다. 부의 원천의 변화는 이미 누가 많은 ‘존재’를 확보하느냐로 변해 있다. 19세기 영토 자원, 20세기 지식, 21세기 존재…. 영속하는 기업의 원천은 충성도 높은 고객이며 이들을 기업에 열광하는 팬으로 만들어야 한다. “삼성과 고객의 관계는 스마트폰이 판매되면 끝나지만 샤오미는 스마트폰을 판매한 뒤부터 비로소 둘 사이의 관계가 시작된다고 본다. 그래서 샤오미와 고객의 관계는 스타와 팬의 관계와도 같다.” 샤오미의 창업자인 레이쥔은 샤오미의 전략을 이 한마디로 압축해서 설명했다.

기업은 고객의 충성도로 유지된다.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유지하려면 기업은 일관되고 차별화된 가치를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차별화된 가치는 기업에 내재돼 있는 기업 문화, 즉 기업 DNA에서 나온다. 기업 제품이나 서비스가 변하더라도 사람들은 이 일관된 가치에 열광한다. 맥PC나 MP3를 만들던 애플이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기계와 쉽고 재미있는 소통을 할 수 있을까”라는 GUI(Graphic User Interface)의 창업 때부터 지켜온 일관되고 차별화된 가치를 사람들에게 전달해 아이폰은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의 절대 강자가 돼 있다. 애플이 자동차를 만들 때도 사람들은 같은 것을 기대할 것이다.

선한 의도는 선한 결과를 낳고 탐욕은 탐욕스러운 결과를 낳을 뿐이다. 우리에겐 사람들의 진심을 움직이는 기업이나 CEO들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우리도 우리를 열광하게 하는 기업이나 CEO를 갖고 싶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