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에서 가을 옷을 입은 직장인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뉴시스ㆍ여성신문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에서 가을 옷을 입은 직장인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뉴시스ㆍ여성신문

현 정부 들어 창조경영 또는 창의경영이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마다 새로운 경영 형태의 발굴에 애를 쓰고 있다. 국내 최대 그룹 삼성은 지난 8월 말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켰다. 이 TF의 목적은 획일화된 조직문화를 개선해 ‘컬러풀 삼성’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삼성은 지난 2012년부터 자율 출퇴근 제도나 ‘C랩(Creative Lab)’을 만들어 창의적인 기업문화 만들기를 시도해 왔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삼성은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 정상급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창의적인 조직 문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이후 삼성은 운영 효율(Operation Efficiency)의 극대화에 잘 훈련된 조직으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내세워 소니, 노키아 등을 따라잡았다. 이 전략은 오늘날 삼성을 세계 최고의 IT 기업으로 키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시장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하는 창의적인 전략과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에 앞서 창의적인 조직문화가 이뤄져야 한다.

창의성의 시대가 왔다는 것은 이미 많은 경영자들이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경제 성장의 50% 이상이 과거 20년간 지속된 사업이 아닌 신규 사업에 의해 이뤄졌다고 한다. 상품과 서비스의 생명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를 빠르게 반응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창의성은 절실한 상황이다.

기업의 창의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 구성이다. 기업 내 인력의 다양성이 확보되면 창조와 혁신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본다. 조직의 다양성은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HP, AT&T, BBC 등 40여 개 기업의 3000종 이상의 제품을 디자인해주고 있는 세계 최고의 산업디자인 기업인 미국의 디자인 회사 아이데오(IDEO)는 인류학자, 건축가, 엔지니어, 심리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남녀, 여러 인종의 다양성이 얼마나 창의성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는 반대로 지난 2009년 발생한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recall) 사태는 ‘순혈주의’가 부른 다양성 결여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29명의 이사진 모두가 도요타 내부에서 승진한 일본인으로만 구성돼 있었다.

다양성(Diversity)은 단순한 물리적 다양성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성은 수용(Inclusion)을 포함한 화학적 다양성을 요구한다. 이는 인종이나 성별, 신체장애 등 외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종교, 가치관, 사회적 배경, 성적 취향 등 내적인 측면도 포함한다. 기업들은 각기 다른 요소의 다양한 개인이 지닌 독특한 차이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만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상품 개발과 판매가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지속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기업 내 여성인력의 확대 문제도 다양성 확보를 위해 가장 우선돼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우리는 지금 대학 졸업생의 45%(2015년 기준)가 여성이고 50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의 구성원 중 30.1%(2010년 고용노동부 기준)가 여성인 시대에 살고 있지만 기업 내 여성 리더(임원급)는 아직도 1.2%(30대 그룹 기준, CEO스코어 자료)에 머물고 있다. 창의경영의 시작은 인력의 채용부터 배치, 평가, 보상, 승진 등 모든 분야에서 편견과 차별을 없애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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