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민간단체 주축으로 성장
서류·면접 등 엄격한 심사 거쳐

노인복지, 젠더로 접근하라 ④ 고독사·청년주거난 해결하는 ‘코아비타시옹’

비영리민간단체 주축으로 성장

서류·면접 등 엄격한 심사 거쳐

이용자 70% 이상이 여성

 

파리 솔리데르의 디렉터인 마키코 야노우씨. ⓒ프랑스 파리=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파리 솔리데르의 디렉터인 마키코 야노우씨. ⓒ프랑스 파리=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프랑스에서 노인과 청년이 함께 사는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4년이다. 2003년 유럽에 몰아친 대 폭염으로 1만7000명 이상이 사망한 이듬해다. 사망자 대다수가 혼자 살던 노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프랑스에선 ‘노인 고립’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코아비타시옹을 프랑스에 처음 알린 곳은 비영리민간단체인 파리 솔리데르(Pari Solidaire)다.

파리 집값이 청정부지로 오르고 청년 주거난이 심각해지면서 코아비타시옹은 더욱 호응을 얻었다. 단체에 따르면 매년 10만 명이 공부를 하기 위해 파리에 오지만, 이들이 임대할 수 있는 방은 7000여개에 불과할 정도로 청년 주거난이 심각하다. 현재 국내 지자체들도 고독사와 청년 주거난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코아비타시옹을 벤치마킹한 세대 간 동거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파리 솔리데르의 디렉터인 마키코 야노우(Makiko Yanou)씨는 “지난 11년간 단체를 통해 총 3700쌍이 연계됐으며, 전체 이용자 70% 이상은 여성”이라며 “한 해에 18~30세 사이 청년 약 1000명, 노인들은 150명이 신청한다”고 소개했다. 평균수명이 길고, 안전을 중시하는 여성들의 이용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코아비타시옹은 우리의 ‘하숙집’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르다. 노인이 남는 방을 청년에게 내주는 형태는 같다. 하지만 세 들어 사는 청년은 저녁 시간에 노인과 일정 시간을 보내거나 함께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규칙을 따라야 한다. 이를 지켜야 무료 혹은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다. 단, 월세가 무료인 경우는 규칙이 까다로운 편이다. 오후 7~8시 이후엔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지내야 한다. 85~90세 고령자들이 많이 이용한다. 노인 이용자의 절반 이상은 일정 시간만 함께 보내는 대신 월세를 평균 400유로(약 53만원)를 받는 방식을 택한다.

집값이 파리 평균의 50% 수준이다 보니 경쟁률이 높다. 하지만 누구나 코아비타시옹을 이용할 순 없다.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치고 함께 살 노인과의 면담까지 마쳐야 원하는 방을 얻을 수 있다. 야노우씨는 “청년들이 싼 값에 방을 구할 수 있다고 해서 아무 곳에나 들어갈 순 없고, 노인들도 아무나 집에 들일 순 없기 때문에 선발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학교·직장과 집의 거리, 재정 상태, 신청 동기, 성격, 성실한지 여부, 예의가 바른지 여부, 말귀가 밝은지 여부와 함께 코아비타시옹을 제대로 이해하는지도 살핀 후 최종적으로 함께 살 어르신과 면담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어렵게 매칭을 해도 서로 성격이나 생활 패턴이 맞지 않아 사소한 갈등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갈등 상황을 줄이기 위해 이메일과 전화 모니터링, 방문 상담을 진행한다.

야노우씨는 “코아비타시옹의 궁극적인 목표는 노인과 청년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인간적인 교류를 맺는 것”이라며 “현재 비트리 시와의 협업 사례처럼 다양한 코아비타시옹을 통해 더 많은 노인과 청년이 교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현재 코아비타시옹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조항을 담은 고령화정책 기본 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앙상블 2 제네라시옹의 이자벨 에티엔느씨. ⓒ프랑스 파리=여성신문 이정실 사진기자
앙상블 2 제네라시옹의 이자벨 에티엔느씨. ⓒ프랑스 파리=여성신문 이정실 사진기자

프랑스의 또 다른 코아비타시옹 시민단체인 앙상블 2 제네라시옹(Ensemble 2 Générations)의 운영 방식도 파리 솔리데르와 비슷하다. 다만 지부 사무실을 두지 않고 디렉터가 자신의 집에서 업무를 본다는 점이 다르다. 베르사이유 지역 담당자인 이자벨 에티엔씨는 한국은 지자체가 중심이 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말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한국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인과 청년의 인간적인 관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과 청년 연계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양측이 바라는 점과 불만 사항을 듣고, 이들이 잘 교류할 수 있도록 애정을 쏟아야 제도가 잘 운영될 수 있다”며 “연계만 하면 되는 것처럼 쉬워 보이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이들이 관계를 맺도록 돕는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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