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게리니, 비판 이겨내고 ‘강한 협상가로’

슈미트, 방대한 지식 가진 ‘실질적 우두머리’

셔먼, 미국 협상팀 이끈 실제 협상 주역

 

페데리카 모게리니. ⓒEC,Photo : Nureldine Fayez
페데리카 모게리니. ⓒEC,Photo : Nureldine Fayez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외교 협상 테이블에서는 타결이 이뤄진 후 당사자들끼리 악수를 나누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얼마 전 타결된 역사적인 이란 핵 협상 테이블에서는 악수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서방 측 협상팀의 여성 대표들은 보수적인 이슬람 전통 때문에 악수를 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협상에서 주역으로 활약하며 화제를 모았다.

영국 BBC는 이번 이란 핵협상에서 여성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며 그 주역인 3인의 여성, 페데리카 모게리니(42)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헬가 슈미트(54) 부대표, 웬디 셔먼(66)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을 소개했다.

이탈리아 외교장관 출신으로 2014년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에 오른 모게리니는 협상의 정치적 부분을 이끌었다. 유럽 외교계의 유명인사였던 전임자 캐서린 애슈턴과 비교해 어리고 경험이 부족했던 그는 처음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치열한 긴장감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완수하며 ‘강한 협상가’(touch negotiator)라는 평판을 얻게 됐다.

 

7월 5일 비엔나 협상장에서의 모습. 가운데 여성이 페데리카 모게리니, 그 왼쪽이 헬가 슈미트. ⓒEC,Photo : Kubani Samuel
7월 5일 비엔나 협상장에서의 모습. 가운데 여성이 페데리카 모게리니, 그 왼쪽이 헬가 슈미트. ⓒEC,Photo : Kubani Samuel
그의 옆을 든든하게 지킨 이는 이번 협상의 실질적인 핵심 인물(linchpin)이자 우두머리(ringleader)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헬가 슈미트 부대표다. 방대한 기술 지식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그는 수년 동안 이란 핵협상에 관여해 왔으며 이번 협상 막판에 합의문과 5개 부속 조항의 타결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미국 협상팀을 이끈 인물은 존 케리 국무장관이지만 그는 얼굴마담이고 실제 협상 주역은 셔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조정관으로 북한 핵협상을 담당하기도 했던 인물로 외교관을 은퇴했다가 2011년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으로 발탁되며 재입성, 이란 핵협상팀에서 활동했다. 그는 이번 협상 타결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으며 협상 결과를 설명하는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도 평화적으로 고립 상태를 끝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7월 14일 비엔나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맨 오른쪽)과 웬디 셔먼 차관(가운데) ⓒ미국 국무부
7월 14일 비엔나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맨 오른쪽)과 웬디 셔먼 차관(가운데) ⓒ미국 국무부
이란과의 협상에서 3명의 여성 고위직 협상가가 참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모게리니 대표는 “유럽연합 내에서도 남성보다 많은 여성이 협상 테이블에 참여하는 것은 거의 없는 일”이라며 “개인적으로 협상 해결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성들이 항로를 이탈하거나 누가 더 많이 줘야 하는가 하는 토론에 얽히려 할 때면 여성들이 그들을 현실로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많은 여성의 참여는 새롭기도 했지만 여성들의 참여가 협상을 “구체적이고 실용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란의 엄격한 이슬람 율법은 남녀 간의 접촉을 금지했고 이는 외교관이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정통파 유대교 커뮤니티가 있는 볼티모어에서 자란 셔먼 차관에게는 이 같은 관습이 낯설지 않았다. 그는 “우리 모두 악수를 하지 않고도 대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면서 “여성이라는 점이 협상을 진행하는 데 있어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협상에서 평소와 다른 거친 모습을 보일 때 이를 예상하지 못한 상대방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모게리니 대표는 처음에 여성이 이처럼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혹을 받았던 때를 회상했다. 여성도 고위 협상가가 될 수 있고 남성과 동등하거나 때로는 더 많은 활약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는 “여성 리더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두 남자뿐인 팀도 있다”면서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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