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경기 수원 야외음악당에서 열린 다문화 한가족 축제에서 각 나라의 전통의상을 입은 참가자들이 패션쇼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5월 경기 수원 야외음악당에서 열린 '다문화 한가족 축제'에서 각 나라의 전통의상을 입은 참가자들이 패션쇼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생각보다 한국인 상담원도 많네요. 이분들이 여러 가지 외국어를 잘 하시나요?”

“다들 이주민들이예요. 각자 자기 모국어로 상담을 합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산하 다누리 콜센터(1577-1366)를 처음 방문해서 상담원 명단을 접하면서 담당 직원과 나눈 대화다. 다누리 콜센터에서는 이주 상담원들이 이주민들에게 한국어를 포함해 13개 국어로 상담을 한다. 한국 사회에 대한 정보 제공으로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인권 상담, 폭력 피해, 긴급 지원 등을 담당하는데 이주민 상담원들이 한국 이름으로 개명을 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센터에서 일하는 이주 상담원의 경우,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한 이들 중 60% 이상이 본국의 이름을 버리고 한국 이름으로 개명했다.

상담원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면서 원래 이름을 물었더니 발음은 조금 어렵지만 예쁜 이름들이 많았다. 도안티늉, 리보파, 메리로즈 등. “원래 이름도 매우 멋져요”라고 했더니 그들은 “나 자신도 그렇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왕따 당하지 않도록 한국식 이름으로 개명했어요”라고 말한다. ‘아차’ 싶었다. 다문화 가족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가난한 복지의 대상’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한국인·선주민의 시선을 종종 경험한 터라 엄마의 이름 때문에 자녀의 학교 생활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 거다. 특히 학교에서도 ‘다문화’라는 통칭으로 구분되고 차별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다문화 가족이라고 다 가난하고 힘들게 살면서 선주민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국경을 넘어와 새로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용감한 사람들이자 이중 또는 삼중 문화를 경험한 글로벌한 마인드의 소유자로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 갈 가능성을 지닌 이들이다. 또한 이들은 우리가 필요로 해서 이곳에 온 사람들이다. 안됐다는 인식보다는 한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분들로 받아들여 서로 도우며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잘 키우면 한국 미래의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보고 지원 대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각자의 다양한 경험과 특성을 잘 살리도록 격려해야 한다. 양쪽 부모 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확실하게 하게 될 때 이들은 두 국가를 잇는 ‘브릿지’ 인재가 될 것이다.

다문화가족은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다양한 형태의 가족 중 하나다. 한부모 가족, 조손 가족, 맞벌이 가족, 기러기 가족, 북한이탈 주민 가족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족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이제 한국 국적도 취득하고 한국어도 익숙해져 자연스럽고 우리의 평범한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서구화된 사고와 생활방식이 이미 익숙하지만, 우리 곁에서 생활하는 이주여성들은 한국적인 생활방식을 받아들이고 있고 한국인들이 어려워하는 시부모도 모시면서 시댁 가족들과 함께 잘 지내는 분들도 많다.

이제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다문화 가족을 바라보자. 이주민들의 본국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며 그들을 철수와 영희처럼 우리의 평범한 이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 다문화 가족에 대한 구별이나 차별보다는 포용과 융화가 이루어지는 보다 성숙한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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