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권하고 병원 홍보하는 TV ‘스톱’
성형 권하고 병원 홍보하는 TV ‘스톱’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5.06.21 09:58
  • 수정 2017-12-27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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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은 사실상 1시간짜리 의료 광고”
성형만 하면 자존감 회복할 수 있나
의사·병원의 방송 협찬 규제 필요

 

성형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는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스토리온 ‘렛미인’.
성형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는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스토리온 ‘렛미인’.

tvN과 스토리온에서 방영 중인 ‘렛미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렛미인은 외모 때문에 고민하는 출연자를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를 통해 변화시키는 ‘메이크오버쇼’다. 그동안 ‘1시간짜리 의료 광고 방송’ ‘성형 조장 방송’ 등의 논란에 휩싸였던 렛미인이 지난 5일부터 시즌5 방송을 시작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최근 렛미인 제작진은 방송에 앞서 “성형은 사례자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프로그램 자체가 성형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며 “시즌4까지는 병원 홍보에 대한 규제가 없었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블로그와 병원 홈페이지에서의 광고 기준을 마련해 병원에 배포했다”고 해명했다. ‘렛미인 닥터스’로 출연 중인 한 의사는 “시즌1~2에서는 본인의 외모에 대한 불만이나 불편함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다른 부분까지 성형수술을 한 부분이 있었지만, 시즌5에서는 줄여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작진의 말처럼 렛미인5는 달라졌을까. 우선 시즌4까지 방송에서 공개했던 성형수술비, 성형수술 방법과 수술 장면 묘사는 사라졌다. 하지만 필요치 않은 부분까지 성형을 하는 점과 성형으로 예뻐지면서 인생이 반전된다는 ‘신데렐라’ 서사 구조는 여전했다. 실제 지난 5일 방송에서도 심각한 탈모 증상을 보이는 스무 살의 출연자가 정작 고민이었던 탈모는 가발로 가린 채 코 성형수술을 하고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탈모 치료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변명이 뒤따랐다.

같은 날 돌출 입과 탈모가 고민인 여성도 ‘가려야 사는 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소개됐다. 유전 질환인 터너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 여성의 아버지는 미안하다면서도 “차라리 그럴 바엔 태어나지를 말지”라고 폭언을 하고, 면접관은 “얼굴이 좀 그런 거 같아서” “손님을 마주하는 일이라 거부감이 들면 저희 입장에서도 곤란하다”며 떨어뜨린다.

방송은 외모에 대해 폭언하고, 외모로 차별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는 접어둔 채, 성형수술에 들어간다. 폭언과 차별로 인해 낮아진 자존감이 성형수술로 예뻐지기만 하면 회복될 수 있을까.

제작진은 병원 홍보에도 기준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렛미인5 병원으로 검색만 하면 상단에 병원 홈페이지가 뜨고, 커뮤니티에서는 병원에 대한 정보가 오고간다. 렛미인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는 ‘렛미인 닥터스’의 이름만 인터넷에 쳐보면 병원은 얼마든지 쉽게 알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러한 메이크오버쇼가 MBC Queen ‘소원을 말해봐’ ‘도전 미라클’, OBS ‘체인지 라이프 닥터&스타’, TrendE ‘미녀의 탄생:리셋’, JTBC ‘화이트스완’까지 차고 넘친다는 사실이다. 특히 현재 방영 중인 ‘화이트스완’의 경우, 수술을 맡은 병원 이름과 수술 방법을 자세히 소개한 기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폐해를 막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에 대한 병원 협찬이 현행법상 금지된 의료 광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유승희 의원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주최한 ‘TV 성형 프로그램으로 본 의사·병원 방송 협찬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조연하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초빙교수는 “현행법에서 방송광고와 협찬에 대한 규제의 틀이 다르지만 시청자에게 미치는 효과는 유사하다”며 “이런 허점을 이용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이 협찬을 통해 간접광고를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상 방송매체를 통한 의료광고는 금지돼 있다. 반면, 방송법 시행령에서 협찬 고지의 허용범위와 금지 대상을 명시하고 있지만 협찬행위 자체를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 조 교수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협찬 고지에 관한 규칙’을 ‘협찬에 관한 규칙’으로 바꿔 규제할 것을 제안했다.

김형성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기획팀 팀장도 “협찬 고지에 관한 규칙이 만들어진 지 15년이 지나면서 현실을 잘 담아내지 못했다”며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2조를 대한의사협회의 자문을 받아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여성민우회가 진행하고 있는 ‘렛미인5’ 방송 중단 서명운동에는 18일 오전 현재 1460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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