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의 여성화는 성차별적 노동시장의 산물

 

세상에는 굉장히 많은 직업이 있다. 한국직업사전에 등재된 직업만 해도 1만 개가 넘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부모들이 딸에게 권하는 직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교사는 예나 지금이나 단연 1위다. 부모만 딸이 교사 되기를 바라는가. 아니다. 미혼 남성들도 원한다. 여교사는 남자들이 바라는 ‘신붓감 1위’이다. 그러면 당사자인 여성들은 어떤가. 주변에서 많은 여성들이 “그때 선생님 하라는 부모님 말을 들었어야 해”라고 후회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딸에게 이야기한다. “너는 꼭 선생님이 돼라”고. ‘여자 직업’으로는 최고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아직 세상에 대한 기대와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딸에게는 고리타분한 부모의 잔소리처럼 들릴 것이다. 물론 요즘은 고용이 워낙 불안정하여 일찍이 철이 든 딸들은 직업 전망에 대해 부모와 의견이 일치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 여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2000년 47.5%에서 2013년 58.4%로 증가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4명 중 3명(76.6%)이 여교사로 나타난다. 중학교는 67.5%, 고등학교는 48.1%가 여교사다. 초등학교는 전통적으로 여교사의 비율이 높았다. 최근에 특징적으로 보이는 현상은 중·고등학교에도 여교사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과 10여 년 전인 2000년의 경우 고등학교에서 여교사의 비율은 29.7%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는 48.1%를 차지했다.

여교사의 비율이 높아지자 ‘교직이 여성화된다’며 남성 할당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대부분의 교육대학은 입학 정원의 일정 비율을 남학생으로 선발하는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초등학교에 남교사가 적었던 것은 ‘남성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남성이 선호하는 직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교사는 시험으로 진입이 결정되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시험은 현실적으로 가장 공정한 채용 방법이다. 이는 여성들이 채용 과정에서 차별받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남성들도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을 가능성은 없다. 다만, 시험에 합격한 남성들이 적을 뿐이다. 그렇다면 왜 아들에게는 교사가 되라고 하지 않는가. 교사는 ‘여자 직업’으로는 으뜸이지만, ‘남자 직업’으로는 1순위가 아니다. 교사가 될 정도의 실력을 갖춘 남자들은 교사가 아니라도 보다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직업의 선택권을 갖는다. 굳이 임용고시에 몰릴 이유가 없다.

교직의 여성화는 성차별적 노동시장의 산물이다. 다들 알다시피 임용고시에 합격해 교사가 되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럼에도 평생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다는 것을 간파하고, 임용고시에 많은 여성들이 도전한다. 어쩌면 교사는 단일 직종에 대한 명칭이면서, 동시에 여성들이 평생 비교적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의 대명사라고 생각된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한국 사회에서 ‘좋은 직업’의 요건으로 무엇보다 고용안정, 정년보장이 중요해졌다. 고용안정으로 따지자면 교사와 버금가는 직업이 공무원이다. 물론 공무원 시험에서 여성 합격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직업의 측면에서 볼 때 교사와 공무원의 큰 차이는? 승진에 있다. 교사는 직종의 특성상 업무가 독립적이고 승진체계가 단순한 반면, 공무원은 위계적인 조직으로 승진이 매우 중요하다. 교사와 공무원 모두 육아휴직을 3년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경험적으로 볼 때 교사들이 육아휴직을 훨씬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이것이 바로 딸에게 교사가 되라고 하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여자 직업으로 교사가 최고’라는 의미는 이른바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면서, 차별받지 않고,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교사가 될 수는 없다. 그러니 모든 직업을 ‘교사처럼’ 바꾸는 걸 목표로 하면 좋겠다. 남녀 모두 차별받지 않고, 일과 가정을 양립하면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으로.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