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숙렬/문화일보 국제부 차장

한국과 미국에서 선거 바람이 거세다. 한국에서는 총선시민연대가

16대 총선 낙선운동대상자 명단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낙선운동에 돌

입, 예상할 수 없는 돌풍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오는

11월에 있게 될 대통령선거에서 여성 부통령 후보 지명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오피니언 페이지에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부

통령 후보를 거론하기 시작했다”고 전하며 “아직까지 미국 역사상

여성 부통령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월드리포트' 는 최근호 사설 ‘여성의

자리’(A Woman’s Place)에서 대선후보 지명전에서 승리한 공화

당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와 민주당 알 고어 부통령이 부통령 후

보 지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고 지적하며 공화, 민주 양당

모두 이제는 ‘성의 정치학’으로 이 도전에 대응해야 할 때라고 주

장했다.

미국 여성들이 투표권을 획득한 이래 미국의 정당들은 총 79명(모

두 백인)의 남성 후보를 정·부통령후보로 지명한데 반해 여성을 부

통령 후보로 지명한 적은 단 한 번 뿐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지난 1984년 최초의 여성 부통령 후보 제럴

딘 페라로 여사를 지명했던 민주당은 당시 집권 가능성이 거의 없었

을 때였다고 평했다.

'유에스뉴스&월드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여성과 관련해 가장

뒤처진 부문은 구경제의 대기업 중역실과 정치 부문이다. 지난 96년

대통령선거 투표 참가자의 53%가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현재 여성의

원은 하원 13%,상원 9%,주의회의 23%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2008년 백악관에 여성 대통령을 들여보낼 계획을 추진중인 ‘백악

관 프로젝트’ 조사에 의하면, 여성대통령에 대한 남성 유권자들의

거부감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8년 전에는 39%의 남성들이

여성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응답한데 비해 올해는

17%의 남성만이 여성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가 미국이 여성대통령을 맞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단지 어느 여성이 적절한 대통령 후보인지 결정하

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여성들은 모든 직종에 부상하고 있다. 현재

대학생의 55%가 여성들이며 법대생의 44%, 의대생의 41%를 점하고

있다.

또 최근 미국 500대 기업보다 많은 인구를 고용하고 있는 인터넷관

련 기업 최고경영진의 45%도 여성이 점하고 있다. 시카고대학, 듀크

대학, 펜실배니아대학 등 명문대학의 총장도 모두 여성이며 테니스,

농구, 축구, 골프를 비롯한 스포츠에서의 여성 지배 현상도 최근 들

어 두드러지고 있다.

'유에스뉴스' 사설에 따르면 “공화, 민주 양당이 이번 선거에서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해야 하는 이유는 냉담한 유권자들을 흥

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올바른 일”이기 때문이다. 이 사

설은 또 부통령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자격있는’ 남성들도

많지만 많은 미국인들이 ‘낡은 공식을 타파하는 새로운 정치’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여성 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것도 여성에

관한 미국 정치의 후진성을 만회하기에 늦다고 말했다.

현대 여성운동을 선도적으로 이끌어온 미국이 아직도 여성 부통령

후보 지명을 갖고 논란을 벌여야 한다는 사실도 ‘신기’하지만, 여

성할당제 얘기를 구걸하듯이 주장하거나 아니면 여성 대통령 후보

얘기는 아예 ‘비현실적인 여자들의 헛소리’ 취급을 당해야 하는

한국의 정치풍토도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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