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올해의 인물’ 선정된 조형 미래포럼 이사장에게 기념패 수여
“‘또 하나의 문화’서 배운 ‘따로 또 같이’로 얻은 에너지 가슴 뿌듯”

 

‘2014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조형 미래포럼 이사장은 “여성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지만 우연히 그 시기에 내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에 참여했을 뿐”이라며 “40년 동안 함께 길을 걸어온 선후배와 동료, 친구들에게 배운 게 많았다. 축복의 40년이었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4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조형 미래포럼 이사장은 “여성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지만 우연히 그 시기에 내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에 참여했을 뿐”이라며 “40년 동안 함께 길을 걸어온 선후배와 동료, 친구들에게 배운 게 많았다. 축복의 40년이었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프런티어(선구자)’  

‘2014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조형(71) 미래포럼 이사장을 상징하는 단어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5 여성신문 신년하례식·미래를 이끌어갈 여성 지도자상(미지상)’ 시상식에서 30년 넘게 여성주의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성찰적 여성리더십을 실천하면서 여성운동과 사회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조 이사장에게 기념패가 수여됐다.

‘2013 올해의 인물’인 박청수 원불교 교무가 시상을 위해 단상에 올라서자 참석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기념패를 전달받은 조 이사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처음부터 제가 받을 상이 아니지 않을까 싶었어요. 민망하고, 과분하고, 당황스럽습니다.” 그는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사실은 영광스럽고 감사하지만 남의 옷을 입은 듯 불편하다”며 쑥스러워했다.

이화여대 교수,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이화리더십개발원 초대 원장을 지낸 그의 지난 삶은 여성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그는 “1970년대 중반 한국에서 여성학이 태동할 때 막내로 참여했고 1980년대 중반에 여성운동의 새로운 물결이 일어날 때 여성평우회와 또 하나의 문화에 참여했다”면서 “여성학과 여성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한 공로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지만 우연히 그 시기에 내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에 참여한 거지, 특별히 내가 뭘 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내 역할은 나 혼자 한 것은 하나도 없고 함께한 집단이 이룬 결실”이라며 “이 영예를 40년 동안 함께 길을 걸어온 선후배와 동료,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그 기간 동안 배우고 깨달은 게 정말 많아서 축복의 40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또 하나의 문화에서 일하는 방식을 제대로 배웠다고 했다. 개별적으로 개성 있게 활동하되 다양성을 존중하고 함께 모여서 무엇인가 만들어내는 ‘따로 또 같이’를 체화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께 해서 얻은 에너지와 격려가 지금 생각해도 가슴 뿌듯하단다. 조 이사장은 “그후 나이와 상관없이 같이 또래로 일하는 걸 즐겼다. 덕분에 많은 걸 함께 할 수 있었다”며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신의가 가장 중요하다. 저는 평생 그렇게 살아왔고 동료들과 관계를 맺었다. 그 믿음의 바탕 위에서 일했다”며 최근 탐독했다는 파스칼 메르시어의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한 부분을 인용해 들려줬다. 조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신의로 맺어진 관계를 많이 갖기를 기대한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아래는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한 부분을 조 이사장이 축약한 내용. 

“그는 사랑을 믿지 않았다. 유치하다고 생각하며 그 단어를 피했다. 그는 사랑에는 욕망과 만족과 편안함밖에 없다고 말하곤 했다. 이 모두가 헛된 것이라고 했다.

제일 허무한 것은 욕망이고 그 다음이 만족이며, 누군가에게서 보호를 받는다는 편안한 느낌도 언젠가는 결국 부서지는 것이라 했다. 삶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고 힘들어서 우리 감정을 다치지 않고 그 일들을 견디어 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의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신의란 감정이 아니고 의지요 결정이며, 영혼의 견해 표명이라고 말했다. 생각으로든 행동에서든 스스로에게서 도망치지 않을 의무. 자신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편을 들 준비 자세. 우연한 만남과 감정을 필연으로 바꾸는 그 무엇이라고. 영혼의 숨결이라고 했다. … 그는 혹시 자기 자신에 대한 신의라는 것도 존재할까 자주 생각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