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와타 마스미씨(왼쪽)과 후쿠시마 원전 4호기 원자로 설계한 다나카 미츠히코씨(오른쪽).
후쿠시마 난민과 원자료 설계자가 지난 9일 서울에서 한자리에 한마음으로 만났다. ⓒ여성신문
고와타 마스미씨(왼쪽)과 후쿠시마 원전 4호기 원자로 설계한 다나카 미츠히코씨(오른쪽). 후쿠시마 난민과 원자료 설계자가 지난 9일 서울에서 한자리에 한마음으로 만났다. ⓒ여성신문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옆 오오쿠마정에서 35년간 농사 짓고 보습학원도 경영하면서 세 아이를 키웠다는 고와타 마스미씨. 그러나 3년 전 3·11 참사 이후에는 정든 집을 떠나 임시 가설 주택에 살고 있다. 그녀의 큰아들은 명문대에서 원자핵물리학을 전공했으나, 사고 이후 꿈을 접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후쿠시마 사고 후 많은 사람들이 병에 들고 우울병에 자살자도 늘고 있다”며 “얼마 전에는 친척 중에 한 명이 자살을 했다”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그녀는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와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지난 9일 열린 국제워크숍 ‘해외 사례에서 본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이 나아가야 할 길’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그는 “비용 절감을 위해 배에 과도하게 물자를 싣고 사람을 태운 세월호는 노후화된 원자력발전소 배관을 수리하지 않고, 비상시 돌아가는 자가발전기를 지하에 내버려둔 도쿄전력과 다를 바가 없다”며 두 참사가 닮은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윤을 추구하는 사람들 때문에 소중한 자식의 생명을 빼앗긴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며 “원전 피난민들은 도쿄전력과 정치인들의 사죄와 원전 재가동 반대 등을 위해 지난 3년9개월 동안 싸우고 있는데, 함께 싸우자”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바쁜 방한 일정 중에 짬을 내 서울시를 방문해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통해 원전 1기가 생산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줄이자는 정책이 목표를 달성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뻐했다.

“일본이야말로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이 정말 필요한데도 안 움직이고 있습니다. 너무 훌륭한 정책이고 저를 비롯한 후쿠시마 피해자들에게도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고 싶다면서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이 설명된 일본어판 홍보물을 여러 개 챙겨 갔다. 그는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은 내용도 훌륭하지만,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든다”면서 “남편에게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지역 선거에 출마하라고 권유해 보고 출마 안 하겠다고 하면 내가 직접 출마할 것”이라며 웃었다. 그와 그의 가족이 웃음을 되찾을 수 있길 마음속 깊이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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