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재단 만만클럽 2014 모금 캠페인 일환
범죄예방환경도시설계 ‘셉티드’ 체크 리스트로 동네 안전 살펴

 

2014 만만클럽캠페인에 참여한 동네들은 무엇보다 주민으로서 자신의 동네를 새롭게 볼 수 있는 눈과 책임감이 생겼다.
2014 만만클럽캠페인에 참여한 동네들은 무엇보다 주민으로서 자신의 동네를 새롭게 볼 수 있는 눈과 책임감이 생겼다.

2014년 한국여성재단 만만클럽캠페인은 동네 주민과 함께 하는 ‘꼼꼼히 살펴보는 우리 동네 안전’으로 진행됐다. 지난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전국 7개 지역의 단체들(서울여성회영등포지회, 은평마을N도서관, 구리여성회, 안산우리동네방과후지역아동센터, 대전풀뿌리사람들, 대구북구여성회, 부산여성회)과 주민들, 아이들은 범죄예방환경도시설계(CPTED·셉티드) 체크리스트를 손에 들고 직접 동네 안전을 눈으로 살폈다.

셉티드(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는 지역사회의 공간구조, 즉 주거환경을 개선, 디자인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마을을 안전하게 한다는 목적에서 출발한다. 이번 동네 안전을 위해 학교, 아파트, 상업시설, 공원 등이 안전한지 이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람보물을 발견했어요!

지난 11월 3일, 대전시 석교동 주택 밀집지역 상가 2층에 있는 알짬어린이도서관에 들어서니 장난을 치고 있던 개구쟁이 중 한 명이 아는 체를 한다. “누구예요?” “왜 왔어요?” 도서관 이용 시간이 지난 저녁 시간에 들어선 낯선 사람에게도 관심을 보인다. “밥 먹었니? 너흰 왜 모인 거니?” 하는 질문에 들고 있던 만만클럽 캠페인 동네 안전도 체크 수첩을 들어 보인다. 동네 안전도 점검을 위한 동네 한 바퀴는 아이들에겐 밤 마실 놀이다. 출발 전부터 친구 손을 꼭 잡은 채 한껏 들떠 있었다. 마침 남대전지구대 소장님과 대원들이 도착했고 지구대 소장님은 주민들과 아이들에게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안전수칙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뒤, 주민들 가까이에 있는 친근한 경찰로 늘 그 자리에 있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만만클럽 캠페인 ‘꼼꼼히 살펴보는 우리 동네 안전’을 함께 한 대전 석교동·옥계동·관저동 주민들은 일련의 안전마을 활동을 통해 대전공유지도기획단의 도움을 받아 커뮤니티 매핑을 완성했다. 컴퓨터나 휴대전화기로 ‘대전공유지도’라고 검색하면 언제나, 누구나 필요할 때 마을안전지도를 검색할 수 있게 됐다. 석교·옥계동, 그리고 관저동 안전마을 지도는 주민들이 발품을 들여 직접 만든 것이다. 지리적 위치를 알려주고 위험 상황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 외에도 이웃들의 삶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지도다.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책임감과 참여를 통해 만들어지는 마을 안전지도가 대전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모든 마을 곳곳에서 동네 특성과 필요를 반영해 주민들 손에 의해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셉티드를 활용한 동네 안전 체크 가능해

7개 지역 청소년들과 주민들은 동네를 돌며 무성한 가로수에 덮여 가로등이 어둡지는 않은지, 사람들의 시야를 가리는 것들이 있는지(감시성), 범죄의 의도를 막을 수 있는 방범창이나 가스 배관 덮개 설치가 있는지(접근 통제), 놀이터 등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는 곳(활동성 강화), 쓰레기가 잘 관리되는지, 건물이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지(유지관리)를 주요하게 체크하면서 우리 동네의 모습이 어떠한지 직접 경험했다. 낮에 보던 풍경들이 밤에는 사뭇 달랐고 꼼꼼히 살펴보니 의외로 안전하기도 해 안심도 됐다.

“나와 내 주변, 우리 동네까지 넓혀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뿌듯하기도 했어요. 문제는 ‘동네’가 아니라 ‘내 집 앞’이네요. 내 집 앞부터 청소하고 낡은 시설은 없는지 보수하고 골목 가로등을 살펴야겠어요.” 동네를 다녀본 주민들은 관심과 더불어 해결 방안까지 적극적이다. “공터로 방치하고 사용하는 건 위험한 것 같아요. 청소년들의 공공연한 흡연 구역이 되고 있어요. 구청에 연락해서 담장과 구석의 쓰레기를 정비하라고 민원을 넣어야겠어요.” 

“애들 3~4명이 지나가면 어른들이 이상하게 봐요. 그런 시선이 싫어서 결국 PC방을 가요. 여자애들은 PC방도 싫어서 카페를 가는데 돈이 많이 들지요.” 어른들이 이격(벌어진) 공간을 막고 담장을 높이고 방범창을 해야 한다고 꼼꼼히 적은 반면 아이들은 그럼 오빠들은 어디로 가냐며 걱정을 한다. 누구만을 위한 동네가 아닌 모두를 위한 동네를 만드는 게 필요했다.

안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은 “한때 미관상의 이유로 유행처럼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학교 담장을 없애기도 했지만 반대로 아무나 드나드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납치·폭행을 당하는 등 안전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아파트 놀이터는 대부분 시끄럽다는 이유로 한쪽 구석에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아파트 한가운데 놀이터가 위치한다면 아파트 주민들이 보이지 않는 감시의 눈이 되어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셉티드를 통해 지역사회와 연계사업을 펼치고 있는 강은영 연구위원(한국형사정책연구원)도 “셉티드는 물론 동네 안전을 체크하고 검사하는 것, 폐쇄회로(CC) TV 등 기계적인 감시만으로는 지역사회 안전이 확보될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동네 주민들의 관심과 만남을 통한 자연적 감시가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든 세대가 함께 보이지 않는 감시의 눈 돼야

2014만만클럽캠페인에 참여한 동네들은 무엇보다 주민으로서 자신의 동네를 새롭게 볼 수 있는 눈과 책임감이 생겼다.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함께 모여 우리 동네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서로 얘기할 수 있었다. 물론 이웃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이번 캠페인에 인창동 3개 중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구리여성회는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동네를 조사하고 청소년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시설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은평마을N도서관은 청소년들과 함께 응암동을 돌며 동네 안전지도를 만들어보고, 안산의 우리동네방과후지역아동센터는 안산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와 함께 셉티드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여성회는 셉티드 시범지역 선정을 위한 청원운동, 안전마을 만들기 위한 공간 마련, 안전마을 예산분석 등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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