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멜린다게이츠재단의 멜린다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 과거에 비해 상상할 수 없는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빌 게이츠는 하루에 10억씩 쓴다 해도 218년이 지나야 다 쓸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벌었다. 자선단체 옥스팜에 따르면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 세계의 85명의 부호가 35억의 인구가 가진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소유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빈부격차는 더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빌 게이츠의 부인인 멜린다 게이츠(50)는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2013년과 2014년 연달아 선정됐다.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인 남편 빌 게이츠와 함께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한 후 260억 달러(약 260조원)를 기부했고, 2012년 한 해만 해도 34억 달러(약 3조4000억원)를 기부한 자선가이기 때문이다. 

빈부격차를 줄이는 방법은 부유층에 누진세를 적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부유층이 재산을 기부하는 것이 따뜻한 4.0 자본주의, 창조적 자본주의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가정주부로 자녀들을 양육하는 데 전념하는 한편 멜린다 게이츠는 재단을 통해 전 세계 여성과 소녀의 양성평등, 세력화, 건강, 교육, 위생, 모성건강, 인권문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 부호들의 기부금 10% 미만이 소녀와 여성을 위해 쓰이고 있는 데 비해 멜린다 게이츠는 여성과 소녀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또한 카네기&록펠러 자선 모델에 입각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분야에서 철저하게 효율성과 타당성을 검증하며 데이터를 활용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멜린다 게이츠는 1964년 텍사스 댈러스에서 항공우주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2남2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났다.  대학을 나오지 못한 어머니는 자녀 교육에 중점을 두었고 임대주택을 사서 세를 주고 건물을 관리하며 아이들을 대학에 보냈다. 고등학교에서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된 멜린다는 유수한 가톨릭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저명한 사립대학교인 듀크 대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으로 학사학위를 받고 역시 듀크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취직해 퍼블리셔, 엔카르타, 익스피디어 등 잘 알려진 다중매체 제품 개발에 참여했다. 

사장인 빌 게이츠를 처음 만난 것은 입사해 맨해튼에서 열린 PC 트레이드 쇼우에 참가했을 때다.  빌 게이츠는 스물셋의 재기발랄하고 소탈한 멜린다가 마음에 들었고 멜린다는 빌의 유머 센스가 인상 깊었다고 한다. 1년 후 빌은 “두 주 후에 시간이 있느냐”는 질문으로 데이트를 신청했고, 사내 연애는 6년 동안 지속됐다. 커피값을 내는 쪽은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는 빌 게이츠 사장이 아니라 직원인 멜린다였다고 한다.

멜린다가 30세가 된 1994년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린 후,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고 워싱턴 호숫가에 있는 대저택에서 1남2녀를 키우는 전업주부가 됐다. 결혼하던 해 빌 게이츠와 그의 아버지가 함께 세운 빌게이츠재단을 1999년에 빌&멜린다게이츠재단으로 개명했다. 처음에는 미국 전국 도서관에 컴퓨터와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설치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점차 전 세계적인 교육을 개선하는 비전을 갖게 됐다.  또 전 세계적인 빈곤과 건강문제를 다루게 된다.

반독점 재판 과정에서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난 빌 게이츠는 아내의 영향으로 자선사업가로 변신했다.  이러한 사회봉사는 다른 부호들에게도 좋은 모범이 되고 있어 멜린다는 2002년에 불우이웃을 위한 위대한 공공서비스상을 받았고 2005년 남편과 함께 타임스가 뽑는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멜린다는 듀크대학 이사, 워싱턴포스트회사 이사, 드러그스토어닷검(Drugstore.com)의 이사도 지냈지만 2006년부터는 빌&멜린다게이츠재단에 집중하고 있다. 2006년 5월에는 시애틀 아동병원이 한 건물을 멜린다게이츠 아동보호시설로 명명하며 전 세계 아동의 삶의 개선에 힘쓴 그녀의 공로를 치하했다. 아동캠페인을 통해 3억 달러(약 3000억원)를 모금해 아동의 질병을 치료하는 병원의 연구 프로그램도 지원했다. 2006년은 또한 빌 게이츠의 친구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멜린다의 재단에 300억 달러(300조원)를 기부해 재단의 자산 규모가 600억 달러(600조원)로 늘어난 해이다. 그는 “멜린다가 없었다면 게이츠재단에 재산을 기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며 “빌 게이츠도 똑똑하지만 큰 그림을 보는 것은 멜린다가 더 똑똑하다”고 했다.

이때부터 멜린다는 재단을 ‘세계 건강’ ‘세계 개발’ ‘미국 커뮤니티와 교육’으로 구분해 사업을 추진했다. ‘세계 건강’의 목적은 예방전략 개발, 백신, 에이즈(AIDS), 말라리아, 폐결핵의 백신 및 치료법을 개발 보급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 멜린다는 2006년 세계를 움직인 재계 여성 50인 중 1위로 지명됐다.

2009년에는 케임브리지 대학에 2억 달러(약 2000억원)를 기부해 게이츠-캠브리지 신탁기금을 만들고 이것으로 외국 박사들이 영국의 케임브리지에서 수학할 수 있도록 했다. 2011년에는 그 임무를 ‘세계 건강, 교육, 공공도서관을 통해 디지털 정보에 접근, 워싱턴주와 오리건주의 위기 가족 지원’으로 재정의하고 2012년에는 제3세계의 여성들에게 피임 방법을 개선하는 데 5600억 달러를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최근 멜린다의 관심은 개발도상국 여성의 임신과 출산 관련 건강문제 및 모성보호다. 2013년 박애와 국제개발에 대한 서비스에 대해 대영제국 부인상을 받았고, 모교인 고등학교에 1000만 달러(1000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여성의 산전산후관리 프로그램으로 1990~2013년 사이에 출산 중 사망하는 여성의 수가 반으로 줄어들었다. 아프리카 농촌에서 출산하는 여성을 위한 오토바이 서비스를 제공했고  840만 명의 여성에게 피임법을 훈련시켰다. 신생아 위생 상태를 개선하고 여성의 수유를 장려했으며, 저소득층 아동들이 백신주사를 무료로 맞도록 지원하고 여학생들에게 생리대를 공급해주어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게 지원했다.

전 세계의 빈곤국에서 멜린다는 배고픔과 영양실조를 퇴치하고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게 하며,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하고 질병을 퇴치하는 데 앞장섰다. 일례로 인도에서 에이즈를 퇴치하고 파키스탄의 아동들에게 소아마비 백신을 제공하였고 페루에서 결핵을 퇴치하며 전 세계적인 말라리아, 콜레라 퇴치에 거액을 기부하였으며, 최근에는 에볼라 치료제 발명에 거액을 기부했다.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의 배고픔과 영양실조, 문맹 퇴치를 위해 거액을 기부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멜린다 게이츠가 뉴욕 브롱스에 있는 한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여성신문
멜린다 게이츠가 뉴욕 브롱스에 있는 한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여성신문
한편 성평등과 성주류화 역시 멜린다재단의 주요 사업이다. 소녀와 여성의 세력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여성의 과학기술 전공, 중소기업 여성 경영인 지원, 젊은 여성들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 농업에서의 성불평등 해소, 인도의 농촌에서 소녀들에게 축구·리더십·자신감 교육 등 다양한 여성세력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여성들에게 자전거와 휴대폰을 제공했고, 북부 나이지리아의 여성들이 소액 대출을 받아 가축을 사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인권 차원에서 조기결혼 금지와 성폭력 퇴치 프로그램도 중점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박애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많은 골치 아픈 일을 동반한다. 2009년부터 인도에서 여성의 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을 9세에서 15세 사이의 1만6000명의 소녀에게 실시했는 데, 수개월 후 소녀들이 아프기 시작하고 2010년에는 다섯 명이 사망해 현재 소송이 계류 중이며 인도 대법원에서 조사 중인 일이 있다. 

최근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은 1000조원이 넘는 재산의 99%를 기부하고 두 딸과 아들에게는 1000만 달러(100억원)만 물려주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유산 상속이 자녀의 미래를 망치는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며, 계급을 형성하고 공정한 민주사회 발전을 막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에게 돈을 의미 있게 쓰는 방법을 가르쳐 준 멜린다는 오늘도 남편과 함께 전 세계의 가난하고 고통 받는 여성들을 위해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수많은 여성의 ‘워너비’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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