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예방 차원에서 양쪽 유방을 절제했다고 발표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난소암으로 56세에 사망했고 발병률 87%라는 운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유방을 없애버린 것이다. 물론 수술 후에도 그녀는 여전히 매력적인 배우다. 지구 반대편엔 유방암 치료를 위해 유방을 절제했다고 2급 장애 판결을 받아 퇴역 당했던 피우진 예비역 중령이 사는 나라가 있다. 두 나라 모두 10월은 핑크리본 캠페인의 달이다. 19일은 여의도에서 마라톤을 하고 여성들이 쓰는 여러 종류의 상품에 핑크리본이 찍혀 있다. 

핑크리본 캠페인은 1992년 샬럿 할리라는 여성이 자신들의 가족이 유방암으로 고통받자, ‘국립암연구소의 5%만이 암 예방에 쓰인다’며 의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리본을 나눠주었고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로더가 분홍 리본으로 바꾸며 시작됐다. 몸을 옥죄는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실크 손수건 2장으로 만든 핑크리본 브래지어가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핑크리본 캠페인은 유방암에 대한 사회적 예방 노력과 정책적 관심보다는 조기 검진과 마케팅이 더 많이 부각되고 있다. 유방암에 대한 걱정이 의료와 상품 구매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조기 검진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조기 검진의 효과보다 노출되는 의료 방사선의 해로움이 더 크기 때문에 미국의 경우 40세부터 권고되는 유방암 검사를 50세에 시작하자는 주장도 있다. 2009년 미국의 예방의학특별위원회는 맘모그램(유방암 X선 촬영) 검사를 한 40대 여성 1000명 중 암을 조기에 발견해 생명을 구한 경우는 단 1명에 불과하고 오진이 470명이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심지어 30세 이상부터 매년 검진을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가슴 컴퓨터단층촬영(CT)의 경우 방사능 노출량이 8mSv(밀리시버트)로, 연간 방사능 노출 기준량의 8배나 된다. 치밀한 유방조직을 갖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40대는 2년에 한 번씩, 증상이 없다면 50세부터 하는 것이 예방 차원에서 합리적인 것이다. 

피우진 전 중령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유방은 목숨 걸고 지켜야 할 그 무엇이다. 왜 다이어트와 성형으로 줄이고 깎은 상태에서 유독 가슴만 봉긋해야 아름답다고 생각할까? 왜 여성만이 평생 쇠심으로 된 와이어를 가슴에 장착하고 살아야 할까? 브래지어는 혈류를 압박하고 림프계의 순환을 막아 가슴 통증이나 소화불량을 일으키고 호르몬에 영향을 미친다. 브래지어는 패션 아이템이지 속옷이 아니다. 집에 오면 벨트를 풀듯이 벗어던지고 와이어도 모두 빼버려야 한다. 여성환경연대의 그린리본 캠페인은 의료 방사능을 비롯해 생활 속 여러 유해화학물질을 정책적으로 연구하고 줄여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검진과 시술 이전에 예방과 미리 조심의 관점이 정책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두려움에 떠는 의료 소비자에서 벗어나 보여지는 몸이 아닌 건강한 여성의 몸이 아름답다는 생각의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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