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여성 보좌관 25.6%
여성 국회의원의 30.6%, 4·5급 여성 채용 전무

 

여성 국회의원 중 여성 보좌관(4급)을 채용한 이들은 14명(28.6%) 뿐이었다. 위 사진은 4급 보좌관과 5급 비서관 등 상위 직급에 여성을 채용한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실의 여성 보좌진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 국회의원 중 여성 보좌관(4급)을 채용한 이들은 14명(28.6%) 뿐이었다. 위 사진은 4급 보좌관과 5급 비서관 등 상위 직급에 여성을 채용한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실의 여성 보좌진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 국회의원들마저 여성 보좌진 채용에 인색했다. 정부가 여성 일자리 창출, 여성 경력단절 예방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여성 의원실 보좌관 실태는 여성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또한 성평등 국회를 만들기 위해 국회의원들의 파트너로서 보좌진의 역할이 중요해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보좌관은 의원 재량으로 선출할 수 있어 손쉽게 여성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데도 여성 의원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신문이 지난 8월 29일부터 사흘간 19대 여성 국회의원 49명의 여성 보좌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여성 의원실 전체 여성 보좌진은 총 112명으로 전체 343명을 둘 수 있는 보좌진의 32.6%에 불과했다. 채용된 여성 보좌진도 하위 직군에 몰려 있었다. 여성 보좌진 중 4급은 15명(13.4%), 5급은 31명(27.7%), 6급은 14명(12.5%), 7급은 15명(13.4%), 9급은 37명(33.0%)으로 9급 비서에 여성을 많이 채용했다.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9급에 비서진 각 1명씩 총 7명의 보좌진을 채용할 수 있다. 보좌진은 직급에 따라 대우도 다르다. 세전 기준으로 4급 보좌관은 21호봉 수준의 6988만원, 5급 비서관은 24호봉에 해당하는 6068만원, 비서진은 6급(11호봉) 4217만원, 7급(9호봉) 3647만원, 9급(7호봉) 2815만원이다.

특히 보좌진의 과반수인 4급 보좌관과 5급 비서관 4명 몫에 여성을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여성 의원이 15명(34.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여성가족부 장관인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부산 연제구·재선), 권은희 의원(대구 북구갑·여성 대변인), 박인숙 의원(서울 송파갑), 손인춘 의원(비례대표), 류지영 의원(비례대표)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추미애 의원(서울 광진을·4선), 김상희 의원(경기 부천소사·재선), 김영주 의원(서울 영등포갑·재선), 김현 의원(비례대표), 임수경 의원(비례대표), 최민희 의원(비례대표),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 인재근 의원(서울 도봉갑)이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경기 고양덕양·원내대표·재선)과 김제남 의원(비례대표)이었다. 인재근 의원실에는 보좌진 중 여성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여성가족부 장관과 전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마저도 4·5급 보좌진에 여성을 두지 않았다. 

가장 많은 여성 보좌진을 채용한 의원은 남윤인순 의원으로 4급 보좌관(1명), 5급 비서관(2명), 6·9급 비서(각 1명씩)를 여성으로 채용했다. 이외에도 과반수 이상을 여성 보좌진으로 채운 의원은 새누리당 이에리사, 황인자 의원, 새정치 전순옥 의원,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으로 모두 초선 비례대표 의원이다.

국회의원 300명의 보좌진은 총 2062명(8월 28일 기준)으로 여성이 528명(25.6%)에 불과하다. 4급 보좌관의 93.5%(551명)는 남성, 여성은 6.5%(38명)에 불과한 반면, 가장 낮은 직급인 9급 비서는 여성이 74.7%(221명)로 남성(25.3%·75명)보다 월등히 많았다. 17대 국회부터 여성 비례대표 할당제가 시작되면서 여성의 국회 진출이 늘었으나 여전히 여성 의원은 전체의 16.3%(19대 기준)이다.

 

전문가들은 여성공천 할당 등 여성 몫으로 국회에 들어간 여성 의원들은 책무성을 갖고 여성 보좌관부터 남녀 동수로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 상임대표는 “보좌진을 구성할 때 여성 비율을 일정 정도 확보하고 인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런 의원이 많이 없어 아쉽다”며 “여성 의원들이 의식적으로 여성 인재를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국회의원 보좌진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다. 여성 의원들에게 여성 보좌진은 성평등 입법을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라며 “성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입법 활동의 파트너 의식이 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여성을 찾고, 4·5급에 여성을 넣으려고 노력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할당제를 통해 여성 국회의원의 수적 증가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성의 문제가 따를 수 있다”며 “여성할당제란 성과는 단순히 여성 국회의원 한두 명이 이룬 게 아니라 여성계 전반이 이룬 성과다. 여성 의원이 됐다면 차세대에 비슷한 길을 여는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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