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7·30 재·보선 당선한 정미경 새누리당 의원
지역구서 재선... 두 번 선택받은 자신감

 

정미경 새누리당 의원은 워킹맘들을 향해 현실을 인정하면서부터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미경 새누리당 의원은 워킹맘들을 향해 현실을 인정하면서부터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7·30 재·보궐 선거로 재선 국회의원이 된 정미경(49·수원 권선구) 새누리당 의원의 의원실엔 여백이 많았다. 새하얀 벽엔 사진 한 장 걸려 있지 않았다. 축하 화분들과 원래 갖고 있던 사진들은 모두 벽 아래 일렬로 도열돼 있었다. 방금 이사온 어수선한 내부와 달리 26개월 만에 국회로 돌아온 정 의원의 얼굴은 익숙한 듯 편안해 보였다. 임기가 1년8개월밖에 안 되니 조급할 만도 한데 서두르는 표정도 아니었다. 

그는 수원 권선구에서 두 번 선택받았다. 18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된 뒤 줄곧 이 지역 텃밭을 갈았다. 19대 공천 탈락 후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도 소속 당 없이 24% 득표했다. 당시 야당 후보가 당선돼 새누리당에선 해당행위란 비판도 나왔지만 새누리당은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정 의원을 공천했다. 김무성 대표는 유세 때 “지난번 공천을 받았으면 100% 당선됐을 사람인데 억울하게 못 받았다”고 말했다. 당 스스로도 정 의원만 한 이를 찾지 못해 공천한 셈이다. 권선구 최초의 여성 의원이 재선 의원이 되는 길은 험난했다.

수원 내 다른 지역보다 개발이 뒤떨어진 권선구에는 중학교, 파출소, 종합병원을 짓고 버스·지하철 노선을 확대해달라는 기본적인 현안들이 산적한 동네다. 그는 18대 국회의원을 하면서 그야말로 동네로서 구색을 갖추기 위한 기본적인 것들을 현실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 지역 최대 현안인 비행장 이전 문제 역시 이루고 싶은 목표다. 그는 “비행장 이전을 통해 개발과 안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소음 피해 배상이 한 번으로 끝날 문제도 아니고 국방예산이 계속 나가게 되기 때문”이라고 비행장 이전을 강조했다. 지역 주민만을 위한 게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도 맞는 방향이라고 했다. 과거 논밭으로만 이뤄졌던 지역에 비행장이 생겼을 당시엔 큰 문제가 없었지만 현재 아파트 단지가 세워지고 개발 욕구가 늘어나면서 비행장 이전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워킹맘은 ‘아내’가 있어야 한다

스스로 “포기를 모른다”고 말했지만 완벽한 엄마가 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아내’가 있어요. 제 아내는 저희 엄마”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정 의원은 현재 초등학생과 중학생 아들을 두고 있다. 아이들이 미취학 때 수원지검 검사였다.

“엄마로, 검사로 두 가지 다 해야 하는 지점에서 곡소리가 나오더라고요. 전 당시에도 후배 검사들에게 두 가지 다 할 수 없다고 말했어요. ‘난 아내 없이 잘 할 수 있다?’ 이건 불가능한 얘기죠.”

일하는 엄마의 경험담이라고 했다. 그의 논리는 단순 명료했다. 남편 이종업씨도 법조인으로, 부부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다. 결국 친정어머니가 ‘아내’가 돼 지금껏 아이들 양육 등 뒷바라지를 맡고 있다. 정 의원은 스스로를 ‘하숙생’에 비유했지만 그 현실조차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하는 여성들이 포기하는 부분이 있어야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워킹맘들의 ‘번아웃(Burn out)’을 막기 위한 진심 어린 조언이라고 했다. 많은 전문직 여성들이 결국 일과 가정 둘 다 완벽하게 하려고 동분서주하다 주저앉아버리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결국 몸이 많이 망가지거나 커리어를 포기하더라”며 “제 조언은 탁상공론에서 나온 관객 입장의 조언이 아니라 내가 주연 배우로 뛰고서 나온 조언”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 검사 일과 엄마로서의 일을 병행하던 때를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하루는 친정 엄마가 아프시고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우는 애를 검사실까지 데리고 갔죠. 세 살배기 애가 검사실에서 난리를 치는데 다들 황당했을 거예요.”

애를 데리고 온 검사에게 당시 눈초리는 따갑고 냉정했다. 검사실에 혼자 앉아 있을 때면 들어온 누군가가 매번 “검사님 어디가셨어요?”라고 물을 정도로 여성 검사가 흔치 않은 시절이었다. 그는 그 모든 것을 견뎌내야만 했다고 했다. 성별 구분은 필요하지 않다며 거듭 능력을 강조한 이유는 이런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공천은 ‘하늘의 뜻’

여성 정치인이 오랫동안 지역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려면 당 공천도 바뀌어야 한다. “공천은 하늘의 뜻”이라는 그의 말은 여성 정치인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선 ‘신의 한 수’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공천은 능력만으론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 우대는 딱 한 번밖에 없어요. 결국 개인기로 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말뿐인 여성 우대가 아닌 실질적인 여성 정치인 양성 노력을 바란다고 말했다. 배려의 대상으로 한 번 밀어주는 게 아니라 냉정한 평가 뒤 평가가 좋다면 지속적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그는 재·보궐 선거 상대 여성 후보가 당초 다른 지역 출마를 희망했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만약 정말 당이 여성 정치인을 우대한 거라면 해당 여성 후보가 원하는 곳에 공천을 해야 한다”며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이 지난 19대 때 공천을 받지 못한 데 대해선 “어떤 계파에도 안 간 것에도 (이유가) 있죠. 누군가 나를 보호해줬다면 공천이 안 됐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의 재선은 여성 정치인이 겪는 여러 장애물을 개인기로 풀어나간 많은 여성 정치 지망생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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