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에 국회의원 당선, 24년 후 총리 선출
브룬틀란드 이어 두 번째 노르웨이 여성 총리
국가 개입에 개인영역 보호 신봉하는 보수주의 옹호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수상 페이스북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수상 페이스북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억원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나라. 세계 3위의 천연가스, 5위의 석유 수출국. 세계에서 가장 빈부 격차가 적은 나라. 풍요지수 1위, 인간개발지수 1위. 대졸 취업자 초봉 평균이 월 600만원인 나라.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나라. 청렴도 1위로 가장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 자유시장 질서에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회보장이 잘 되어 있는 나라.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의 부제인 울창한 숲의 나라. 피오르 해안의 웅대한 경관에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나라. 국회의원의 40%가 여성, 내각의 40%가 여성, 기업 임원의 40%가 여성인 나라. 유엔이 ‘성평등의 천국’이라 부르는 노르웨이다.

한편 인구 500만의 작은 나라이면서 해럴드 5세가 통치하는 입헌군주국가인 노르웨이는 국민총소득(GNI)의 0.7%를 개발원조에 기부하고, 세계의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기부하며, 전세계 여성과 아동의 건강과 교육에 공헌하고 있는 모범 국가로 정치적 리더십도 가장 모범적인 국가다.

이런 노르웨이의 총리인 에르나 솔베르그(Erna Solberg)는 올해 초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르완다의 폴 카가메 대통령과 함께 새천년개발목표 행사를 주관하면서 소녀들의 능력 강화에 초점을 둔 것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졌다. 정치 선진국의 지도자답게 그는 정치인으로 태어나 정치인으로 교육받고 평생을 정치에 몸바쳐 온 전문가형 여성 정치지도자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시의원을 거쳐 28세에 보수당 국회의원에 선출됐다. 40세에 지방자치 장관을 지내고 43세에 보수당 대표가 되어 52세에 노르웨이 총리에 선출됐으니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치의 길을 걸은 것이다.

솔베르그는 노르웨이 서부에 위치한 베르겐의 부유한 칼파렛에서 공공교통회사 자문역인 아버지와 회사원인 어머니 사이 세 딸 중 둘째 딸로 태어났다. 고등학생이던 16세에 ‘난독증’이라는 진단을 받기도 했지만 활발한 성격으로 토론 수업에도 적극 참여했으며, 고3 때 노르웨이 고등학생 연맹위원으로 선출되어 자메이카를 위해 모금하는 고등학생들의 자선행사를 주도하는 등 리더십을 발휘했다. 어릴 때부터 자기가 속한 그룹의 리더가 되는 데 익숙했고, 무엇이 옳은지를 판단하는 능력과 추진력이 탁월했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정치가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고 자신도 그것이 유일한 꿈이었다고 한다.

베르겐 대학교에서 사회학, 정치학, 통계학,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대학 4학년 때는 보수당 학생연맹 회장에 당선됐고, 대학 재학 중 베르겐 시의회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대학 졸업 후에 시의회 집행위원회에서 2년간 활동하고 청년보수당 회장 및 보수당 지역위원장을 역임하다가 1989년 28세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5선을 거듭했다. 보건관리상임위원, 외교국방상임위원, 선거위원 등을 지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로 169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노르웨이의 체제와 청년지도자를 발굴해 훈련하는 정당의 정책이 있었다.

그는 33세에서 37세 사이에는 전국 보수 여성연합회 회장을 지냈고, 이 기간에 사업가이자 보수당 정치가인 신드르 피네스와 결혼해 두 자녀를 두었다.

40세에 본데빅 총리의 내각에서 지방자치 지역개발장관을 하면서 ‘철의 에르나’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500만의 인구 중 15%가 주로 아랍 국가로부터의 이민자고, 무료 대학교육 등 많은 복지 혜택으로 이민자들이 선호하는 노르웨이 정치의 주요 이슈 중의 하나는 이민을 얼마나 허용하고 규제할 것인지와 정치적 망명을 얼마나 수용할지 하는 것이다. 솔베르그는 보수당으로서 진보당에 비해 이민을 규제하고 망명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장관을 지내는 동안 그 후의 중도좌파 장관보다 망명자를 수천 명 더 받아들인 것도 사실이다.

한편 솔베르그는 이민령을 내려 이슬람 수니파 학자인 물라 크레카를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추방했다. 물라 크레카는 1991년 북이라크에서 난민으로 노르웨이에 이민을 갔고 부인과 네 자녀가 노르웨이 시민인데, 그가 이끄는 안사르알이슬람은 다양한 테러리스트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르웨이 법에 따라 이라크 정부가 그를 고문이나 처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할 때까지 그 명령은 유예되고 있다. 물라 크레카는 2010년 에르나 솔베르그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했고 테러리즘 혐의로 구속 기소돼 5년형을 받은 바 있다.

한편 2008년에는 이스라엘의 핵무기 관련 내부 제보자인 모데차이 바누누의 망명 요청 신청이 노르웨이 국경 밖에서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거부했고, 이것이 인권보다는 이스라엘과의 관계에 비중을 둔 결과였다는 비판을 정면 돌파하기도 했다.

그로 할렘 브룬틀란의 뒤를 이어 두 번째 노르웨이의 여성 총리인 솔베르그는 국가의 개입에 대한 개인의 영역 보호를 신봉하는 보수주의를 철저히 옹호하며 그 사회적·이념적 기반을 강조한다.

다당제인 노르웨이에서 내각은 보수당과 진보당으로 ‘블루블루내각’이라고도 하며, 의회에서 자유당 및 기독교민주당과 공식적인 보수권 연합의 협력관계를 성립했다. 노르웨이에서 진보와 보수의 관계는 정책으로 승부하며 다른 시각이 있다고 해서 전면적 투쟁을 하는 관계는 아니다.

여성이 모든 정책 결정 단계의 40%를 구성하며 출산 후 1년 동안 부부가 유급 휴가를 받는 나라, 우리도 이런 성평등의 천국을 이뤄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참고로 노르웨이는 여성 국회의원 비율 세계 1위, 우리나라는 91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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