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1만여명 운집... 1박2일 도보행진 한 유가족 260명 참석
경찰, 추모제 이후 광화문 행진 막아 시민과 대치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24일 오후 7시반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는 '네 눈물을 기억하라‘ 추모시낭송 그리고 음악회가 열렸다.

이지애 전 KBS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1만여명(경찰 추산 3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장훈·이승환을 비롯한 여러 가수, 강은교·함민복 등 시인, 연극인 류석, 피아니스트 이희아, 샌드아티스트 신미라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이 모여 추모 무대를 꾸몄다. 참사 직후 애도를 표하며 각종 공연이 연달아 취소된 것과 달리 이 자리에선 공연을 통해 세월호 피해자들을 애도했다.

시청 기준 광장의 오른편쪽에서는 ‘애도와 성찰의 벽, 소리 없는 아우성’이 세워져 글, 그림, 사진 등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시민들의 작품을 전시했고, 시청 방향으로 합동분향소가 세워져 시민들이 하얀 국화로 위로를 표할 수 있게 했다. 왼쪽편에는 노란 리본에 세월호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써 띄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숨 쉬기도 미안한 4월... 화인처럼 찍혀 평생 남아있을 아픔이었다” 세월호 추모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를 펴낸 고은을 비롯한 69명의 시인들 중 함민복, 도종환 등 몇몇은 추모 시들을 직접 무대에서 낭송해주었다.

오후 8시 30분경 안산에서 광명을 거쳐 서울까지 1박2일간 도보행진을 한 유가족 260여명이 도착했다. 앉아있던 시민들은 유가족들이 들어서자 모두 일어서 입장이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박수를 보냈다.

고 김동혁군의 엄마는 동혁군의 여동생과 함께 무대에 올라 동혁군과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우리가 직접 듣고 본 세상은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너무 달라 나설 수 밖에 없었다”며 “세상에 안전과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고 김빛나라양의 아버지 김병권 세월호유가족대책위원장은 “304명을 살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 교통사고로 치부하고 진실을 알려주지 않는 것을 보며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통해 명확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국회의원님들 깨어나라, 청와대여 깨어나라, 국민들이여 깨어나라”를 선창해 시민들과 “깨어나라”는 외침을 함께 했다.

 

가수 김장훈은 가수가 꿈이었던 고 이보미양이 생전에 부른 노래와 조합해 '거위의 꿈'을 듀엣 형식으로 불렀다. 그는 “101일째부터 다시 시작하자. 유가족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단지 진실을 규명하고, 다시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는 안전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되기위한 거다. 세월호 유족들이 나를 놓기 전까진 끝까지 함께 하겠다”며 힘을 보탰다.

오후 10시경 마지막 무대에 선 가수 이승환은 “우린 어느 순간부터 국가의 무심함과 무책임함을 알아챈 불쌍한 국민이 되어 버렸다”고 탄식하며 “이런 때일 수록 더 힘을 내야한다”고 ‘물어본다’라는 경쾌한 다짐의 곡으로 위로했다.

3시간에 걸쳐 진행된 추모행사는 경건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세월호 추모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의 69명 공동집필자 중 하나인 유현아(44) 시인은 “나도 고등학교 2학년 아이를 둔 엄마다. 피해자 가족분들에게 우리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를 쓰게 됐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충분한 애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학생 자원봉사자 김진(21)씨는 “잊혀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 왔다. 다시 이런 비극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선 유가족들이나 살아남은 이들의 목소리를 공론화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모제에는 유독 아이와 함께 가족 단위로 온 시민들이 많았다. 서울 노원구의 이영미(40)씨는 “이 자리에 꼭 함께 하고 싶었는데 아이들을 두고 올 수 없어서 같이 왔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선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두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추모 문화제가 끝난 뒤 멈췄던 빗줄기가 서서히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세월호 유가족 260명은 다시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하기로 예정돼 있었고, 천여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남아 이들과 광화문광장으로 함께 가려 했다. 하지만 무장한 경찰 병력이 불법 집회를 이유로 들어 대형버스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이를 가로막았고, 자정을 넘겨 새벽 2시까지 대치하다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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