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자
여성 고위 공무원 비율 두 자리로 늘리고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시켜
대구형 ‘여행’ 프로젝트 만들 것
기업·창업하기 좋은 도시 조성이 최대 현안
“대구 민심에서 친박이냐 비박이냐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대구 시민들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여망이 저를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권영진(51·사진) 대구시장 당선자는 “당선이 됐다는 기쁨보다 시민들의 큰 기대로 짐을 짊어졌다는 심정”이라며 ‘개혁과 혁신’에 대한 의지를 거듭 다짐했다. 그는 고된 선거운동의 여파로 조금 피곤해 보였지만 목소리만은 여전히 힘이 넘쳤다.
그의 이번 당선은 이변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경북 안동 출신이지만 비박계로 분류되는 그가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에서 예상을 깨고 ‘친박’이자 3선인 서상기 의원, 재선인 조원진 의원을 물리치고 새누리당 후보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대구에 정치적 기반이 거의 없는 인사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대구에서 청구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서울로 올라갔고, 올해 초 30여 년 만에 대구를 다시 찾아왔다.
권 당선자는 자신을 비박계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친박은 2007년 본격적으로 형성됐지만 저는 한나라당 혁신의 동반자로서 14년 동안 함께 일했다”며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경제공약 모토인 ‘창조경제 수도 대구’는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맥을 같이하고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도 크기 때문에 제가 박 대통령과 협력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권 당선자는 대구의 최대 현안을 ‘경제’로 꼽았다. 특히 성장 동력이 없는 대구를 떠나는 청년들을 붙잡는 것이야말로 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최대 과제라고 했다.
“1960~70년대에는 대구의 섬유산업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렸어요. 그러나 지금의 대구는 경제적·정신적으로 매우 침체해 있습니다. 특히 20~30대 청년들이 매년 10만 명씩 대구를 떠나고 있어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청년들이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 과제입니다. 창업하기 좋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함께 추진해나가겠습니다. 꿈과 끼를 발산할 수 있고, 창업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청년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를 위해 대기업 및 글로벌 기업 3개사 유치, 중견기업 300개 육성, 중견기업 50개 육성, 일자리 50만 개 창출 등을 목표로 ‘3·3·5·5 일자리 정책’을 공약했다. 또한 기존 경북도청 터를 주력산업 활동과 창의적 활동이 동시에 이뤄지는 창조경제 전진기지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권 당선자는 ‘대구형 여행 프로젝트’를 가동할 생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맡으면서 추진한 ‘여행 프로젝트(여성이 행복한 서울 만들기 프로젝트)’를 일·가정 양립 정책과 결합해 꽃피우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여성정책은 여성행복도시를 정책적으로 도입했다는 면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이 느끼는 불편을 해소해주는 차원에 머물렀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대구형 여행 프로젝트는 일·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중점을 둘 생각이에요. 이를 중심축에 놓고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 등의 보육정책과 여성 비정규직 처우 개선, 여성 고위직 확대 등의 문제를 결합할 것입니다. 공직에서 우선 여성 5급 이상 공무원을 현재 7%에서 두 자릿수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권 당선자는 인수위원회 공동대표로 여성인 김영화 경북대 교수를 임명해 여성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주1회 가정의 날을 제정해 가족 친화적 일터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두 아들을 둔 그는 스스로 “바빠서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한 빵점짜리 아빠”라고 평가하면서도 “시간이 있을 때마다 스킨십을 하려고 노력하고, 카카오톡과 문자로 대화를 나눈다”며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위해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 수차례 ‘혁신’을 강조한 그는 무엇보다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변화와 혁신을 위해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이 권 당선자의 생각이다.
“시장 혼자만의 노력으로 대구의 변화와 혁신을 이루기는 어렵습니다. 시민원탁회의를 만들어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시민들이 불편함과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는 시민고충처리 위원회를 만들고 행복콜센터를 확대 개편할 생각입니다. 시민 누구나 시정에 참여하고 시정의 주인으로 설 수 있는 시대를 만드는 데 동참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