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뭐니 뭐니 해도 안전이다.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염원이 극적인 역전극을 연출해 6·4 지방선거에서 파란을 일으킨 지역이 있다. 바로 강원도 삼척시다.
신규 원전 건설 예정지로 고시된 삼척의 시장 선거전은 진보와 보수가 아닌 찬핵과 반핵의 정책 대결 구도로 진행되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소속 김양호 후보는 새누리당 김대수 후보(현 시장)의 원자력발전소 유치에 반대하는 공약을 내걸고 ‘원전반대 단일후보’로 선거운동을 해왔다.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서는 크게 뒤졌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여파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반핵 정서도 확산됐고, 예상 밖의 큰 득표 차로 당선됐다.
“핵 없는 세상을 염원하며 깨끗한 삼척을 물려주고자 노력한 삼척 시민의 승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양호 당선인은 시장이 되면 즉각 주민투표를 시행해 그 결과를 토대로 원전 유치 백지화를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태양광발전 테마파크를 건설하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문화 관광지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원도지사도 “안전과 환경 두 가지 문제가 포함돼 있다는 차원에서 지난 선거 때부터 원전에 대해서는 반대해왔다”고 밝힌 최문순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다. 중앙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지자체장들의 당선은 ‘에너지 자치’에 대한 시민들의 염원이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20년이 됐지만, 에너지 정책은 중앙집권적 구조가 여전하다.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에너지정책은 여러 지역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펴고자 하는 지방정부를 좌절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앙정부가 어떤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더라도 실제로 정책이 실현되는 장소는 지역이며, 현장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주체는 지방정부다. 따라서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에너지 자치’의 도입이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에너지정책 관련 자율권을 지방정부에 최대한 부여한 뒤, 중앙정부는 이를 평가해서 예산을 배분하는 등의 관리·감독권만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에너지 자치’의 도입은 에너지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길일 것이다. 에너지 문제에 깨어 있으며 주체적으로 생산과 소비를 하는 ‘에너지 시민’들이 에너지 자치의 주역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