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어머니이니까….”

최근 연세의료원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황정애(52‧사진) 대외협력실장은 고 이소선 여사를 꼬박꼬박 ‘어머니’로 지칭하며 존경을 표했다. 

‘이소선합창단’의 소프라노 파트를 맡고 있는 황 실장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로, 또 노동자의 어머니로 우리 모두 혜택을 받은 것”이라며 “감사의 뜻으로 돌려드릴 만한 게 뭐가 있나 고민하다 어머니 뜻에 맞는 합창단이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출범 3년을 맞은 이소선합창단이 노동계 현장에서 잔잔하게 화제몰이를 하는 중이다. 이소선합창단은 지난 2011년 9월 이소선 여사의 영결식을 전후해 만들어진 것으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손을 맞잡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국내 양대 노총의 참여뿐 아니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과 연기하는 노동자 맹봉학씨처럼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단원도 있고 한글문화연대 같은 시민단체도 화음을 만드는 데 함께 하는 중이다. 초기 합창단의 기반을 다진 쌍용차 노조의 해직 노동자도 빼놓을 수 없는 멤버다. 

한국노총 조합원 자격으로 참여하는 황씨는 “각자 생각은 다르지만 문화예술을 주제로 얼마든지 화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데 합창단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즉흥적이었다. 황씨는 “어머니가 평소에도 둘로 쪼개진 노조를 보면서 안타까워 했다”며 “노동자는 하나가 돼야 한다는 말씀대로 양쪽에서 힘을 합쳐 어머니 가시는 길에 선물 겸 드리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급하게 노래패를 만든 양대 노총이지만 단원들이 처음으로 입을 맞춘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황씨는 덧붙였다. 

“두 번인가 아주 짧게 연습한 다음 어머니 영결식이 있던 서울대병원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데 우리도 울컥했어요.”

이후 일회성으로 그칠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모여 연습을 해보자고 뜻을 모은 합창단은 지금까지 맥을 잇는 중이다.

합창단 규모는 30여 명 수준이다. 연습곡은 ‘임을 위한 행진곡’ ‘솔아 푸르른 솔아’ ‘인터내셔널가’ ‘해방을 향한 진군’ 등 이른바 운동권 노래를 편곡해 가곡으로 만든 것. 단원들은 아마추어지만 지휘를 맡은 임정현 테너를 비롯해 편곡과 반주를 담당한 전문 예술인의 무료 재능봉사로 합창단은 나날이 발돋움하는 중이다. 

오는 9월 27일에는 첫 공연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집회 현장 무대에 부지런히 올랐지만 정식 공연은 처음인 만큼 각오가 남다르다고 한다. 

황씨는 “매주 수요일 저녁 마포아트센터에서 맹연습한다”며 “잘 하는 노래패는 많지만 우리는 하나 된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혼자 하는 독창보다 여럿이 만들어내는 화음이 얼마나 멋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