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부색깔=꿀색’, 벨기에로 입양된 한국계 감독의 자전 영화
만화-다큐 형식으로 그려진 두 엄마를 향한 메시지

 

사진=영화 피부색깔=꿀색의 한 장면. 홀로 그림을 보고 있는 어린 시절의 융. 오른쪽 사진은 29일 오후 2시 서울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영화 시사회,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융 감독의 모습.
사진=영화 '피부색깔=꿀색'의 한 장면. 홀로 그림을 보고 있는 어린 시절의 융. 오른쪽 사진은 29일 오후 2시 서울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영화 시사회,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융 감독의 모습. ⓒ제공=마노 엔터테인먼트.

5살부터 벨기에 땅에서만 살았다는 감독 융의 피부는 꿀피부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꿀색’ 피부. 한국계 벨기에 감독 융은 자신의 입양 문서에 피부색이 ‘꿀색’이라고 적힌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꼈다고 했다. 유럽으로 입양된 동양인 아이의 현실이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첫 영화 ‘피부 색깔=꿀색’은 슬픔과 웃음이 뒤섞인 채 세상에 나왔다. 

4월 29일 오후 2시 서울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자 다큐멘터리 영화 ‘피부색깔=꿀색’(감독 융 헤넨·로랑 브왈로)의 시사회가 열렸다. 이 영화는 감독 융 헤넨(한국명 전정식)의 자전적 이야기로 하나의 영화에 벨기에와 한국이 있고 애니메이션과 다큐가 있다. 이 작품을 만든 감독 융의 삶과 꼭 닮은 영화 형식이다.

영화 ‘피부색깔=꿀색’에는 슬픔이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다만 주인공 아이가 그림을 그릴 때마다 한복을 입은 여인을 그린다. 아이는 그 여인을 계속해서 쫓아간다. 하지만 그 여인의 얼굴은 좀처럼 뚜렷하지 않다. 많은 입양아들이 낳아준 엄마의 얼굴을 모른다는 비극처럼 영화 속에선 비극적 사실이 한 편의 그림으로 담담하게 그려진다. “‘버려졌다’는 트라우마를 넘어 나를 되찾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는 감독 융의 말처럼 어렴풋이 기억나는 ‘한복’이 그리움을 상징한다.

실제 그의 어린 시절은 친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알 수 없는 분노로 가득했다. 영화 속 어린 융은 백인 여동생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나무 화살을 쏘거나 송판 깨기를 하려고 엄마의 도마를 훔치거나, 성적표를 위조하는 등 문제아로 표현돼 있다. 자신이 입양된 뒤 한국 여자아이가 또 입양되자 자신에게 돌아오는 엄마의 사랑이 줄어들까 마음을 졸이는 모습이 유머 있게 그려져 있다.

이 영화는 어두운 성장기에 멈추지 않고 자신을 낳고 만든 두 명의 엄마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았다.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와 길러준 어머니 모두에게 ‘가해자’가 되지 말라고 말한다. 그는 “영화를 제작하면서 정말 중요했던 것은 영화 속에서 저 자신을 입양아 희생자로 묘사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나를 버렸다는 죄책감이 컸을 생물학적 어머니, 낳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녀가 상처를 받을까 전전긍긍했을 양어머니 모두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 제목의 키워드인 꿀은 불어로 ‘Miel(미엘)’이다. 영어권 연인들이 서로 ‘Honey(허니)’라고 부르듯 불어권에서도 사랑하는 이를 ‘미엘’이라고 칭한다. 어쩌면 입양서류에 쓰여 있던 ‘꿀색’이란 글자를 보는 순간 융의 마음은 분노와 원망보다는 사랑과 용서를 떠올렸을지 모르겠다. 그는 “어렸을 때는 많은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는 한국에 대해 많이 화가 나 있었다”며 “어느 순간 내가 태어난 나라를 미워하는 것이 불행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심각할 수밖에 없는데 전혀 심각하지 않은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듯하다. 이미 전 세계 80개 영화제에 초청됐고 23개 상을 수상한 상태. 우리나라에선 배우 공유가 재능 기부 형식으로 더빙했다. 특히 세계 3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자그레브 대상·관객상, 아니마문디 작품상, 안시 관객상·유니세프상을 받았다. 영화는 6월 10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도 상영된다.

융 감독은 시사회 말미에 한국의 해외 입양이 이제는 중단돼야 한다고 힘줘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해외로 보낸 아동은 16만5000명(2013년 기준), 비공식적으로 입양된 아동까지 합하면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영화에서 애써 담담하게 표현된 융의 그리움과 슬픔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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