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람보응쿠카 유엔여성 총재 “여성폭력은 인권침해 범죄”
아베의 이율배반… 위안부 문제 뺀 채 ‘우머노믹스’ 언급
유엔 150여 회원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제68차 유엔총회 본회의가 9월 24일부터 10월 1일까지 열렸다. 이번 본회의 기조연설의 초점은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성과와 2015년 이후 MDGs의 뒤를 이을 ‘포스트-2015 개발 어젠다’의 수립, ‘리우+20 정상회의’에 맞춰졌다.
전 세계 정상들과 함께 유엔 여성기구인 유엔여성(UN Women)도 참석해 여성인권과 양성평등에 대한 각국의 투자를 요청했다. 특히 이번 유엔총회는 품질레 음람보응쿠카 유엔여성 총재의 취임 후 처음 열려 눈길을 끌었다. 유엔여성의 활동을 비롯해 이번 총회의 주요 여성 이슈를 정리했다.
말랄라 유사프자이 “무기 대신 책을”
음람보응쿠카 총재는 9월 25일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가진 연설에서 회원국 대표에게 양성평등을 독립적인 목표로 추진하고 2015년 이후 모든 분야의 목표 설정 시 양성평등을 주류로 포함시킬 것을 요청했다.
그는 “MDGs의 성과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치와 경제에서 여성들이 낮은 대표성을 보이는 점과 여성의 가난, 폭력은 서로 연관돼 있다. 사회적 병폐를 막고 기회의 평등을 확대하기 위한 열쇠는 교육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은 MDGs 달성을 위해 마지막 노력을 기울이고 ‘포스트-2015 개발 어젠다’를 수립하며 베이징 선언 이후 20년을 평가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여러분이 여성을 위한 21세기를 만들 수 있는 리더들”이라며 “여성 인권과 임파워먼트, 양성평등을 미래 개발 목표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음람보응쿠카 총재는 26일 유엔여성과 핀란드, 라이베리아 정부가 주최한 장관급 회의에도 참석해 여성폭력 추방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2015년 이후 유엔의 차기 개발 목표에 여성폭력 추방을 주요 목표로 포함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 이번 회의에서 그는 “여성폭력은 인권을 침해하는 가장 만연한 범죄인데도 MDGs에서 빠져 있다”면서 “이를 독립적인 목표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26일 유엔 평화구축위원회 장관급 회의에도 참석해 “분쟁지역에서 여성들의 요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며 “분쟁 해결 이후 여성 일자리나 여성을 위한 토지, 여성기업 지원 등을 위한 투자 부족이 평화 구축과 안전에 위협요소”라고 강조했다. 또 “평화협상 테이블에 더 많은 여성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여성교육의 상징인 말랄라 유사프자이도 유엔총회에 참석해 전 세계 리더에게 분쟁지역 아이들에게 책을 보내달라고 촉구했다. 유사프자이는 지난 7월에도 유엔에서 연설한 바 있다.
그는 25일 유엔총회의 일환으로 열린 유엔 ‘글로벌교육우선구상(GEFI: Global Education First Initiative) 1주년 기념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GEFI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주도로 출범한 프로그램으로 모든 어린이의 취학, 교육의 질 제고, 글로벌 시민의식 함양을 목표로 두고 있다.
유사프자이는 연설에서 “아프가니스탄과 같이 테러로 고통받는 분쟁국가에 무기를 보내는 대신 책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또 “탱크를 보내는 대신 펜을, 군인을 보내는 대신 교사를 보내달라. 이것이 우리가 교육을 위해 투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의 총격을 받고 중태에 빠졌던 유사프자이는 극적으로 회복해 지난 3월 영국에서 학업을 다시 시작하며 여성운동가로 변신했다. 유엔 외에도 미국 여러 곳을 방문하며 메시지를 전하는 연설 투어를 진행 중이다.
아베의 뻔뻔한 ‘여성인권 신장’ 연설
이번 유엔총회에서 여성계의 화제를 모은 또 한 명의 인물은 여성인권 신장을 주장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다. 그는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전 세계 여성인권을 이야기해 “모순된 주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아베 총리는 26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여성들이 빛나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한다”며 “여권 신장을 이루기 위해 국내에서뿐 아니라 외교적 노력도 기울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여성의 발전이 국가의 경제성장과 직결된다는 내용을 담은 ‘우머노믹스’를 인용하며 “여성의 잠재력 활용이 일본의 디플레이션을 막고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여성의 사회참여를 위해 앞으로 3년간 30억 달러(약 3조2300억원)의 정부개발원조(ODA)를 실시해 여성을 위한 보건·의료·탁아 시설을 확충하고 여성에 대한 범죄행위 방지와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이번 발언은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국제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지 개선을 위한 전략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앞서 일본 현지 언론은 아베 총리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전쟁 피해자 신탁기금에 100만 달러(약 11억원) 출연 계획을 밝힐 예정이라고 보도했으나 연설에서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