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다시 여성장관을 맞았다.

되돌아가 손숙 장관의 취임을 전하는 보도를 분석해보

면, 매우 독특한 대접을 받고 있는 여성장관을 만나게

된다. 전문가 시비가 우선이다. 다른 장관들도 전문가 아

닌 이들이 있으나, 남자 비전문가에게는 전문성 시비가

일지 않는다. 전문성 시비는 여성장관을 ‘해치울’ 때

구사하는 단골 전략 메뉴다. 다음은 쓸데 없는 정보를

흘린다. 신임 장관 프로필 중에서 유독 손숙 전장관 순

서에서는 ‘별명이 수도꼭지’라는 ‘정보’가 소개됐

다. 친절하게 그 이유도 붙어 있다. ‘눈물 연기에 능

해’ 그렇다는 것이다. 다음은 여성장관 일반론이 이어

진다. ‘손숙 전장관 하나만 그런 게 아니다. 00명 여성

장관 중 00명이 이런저런 문제로 단명했다’는 요지가

담긴 일반화이다. 이상하게도 이런 일반화는 이번 장관

도 그러리라는 암시를 주는 힘을 갖고 있다. 이임하는

손숙 장관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예상했던 대로 그는

실수도 했고 수도꼭지처럼 많이 울었다.

취임 때 ‘수도꼭지’를 알려주던 언론들이 손숙 장관

이 물러나고 나니 일제히 ‘여성장관 단명’을 보도한

다. 여성장관 총 23명 중에 1년을 넘긴 장관이 4명에 불

과 했다든지, 손숙 장관이 흔들기를 당했다든지 하면서

여성장관을 동정하는 듯도 하고 조롱하는 듯하기도 한

보도들이 지면의 한 귀퉁이에 박혀 있었다.

언론에서 여성장관 다루기가 완성된 구조로 자리잡게

되었다. 전문성 시비, 쓸데 없는 정보 흘리기, 씹기, 건수

잡기, 자질시비 확인, 약간의 동정론이라는 순서를 거치

면서 멀쩡한 전문직 여성 한명이, 상처투성이와 바보가

되어서 해치워지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좀더 근본적인 곳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여성장관 배

출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만큼 장관 임명은 치밀한 구조

와 신중한 판단이 따라야 하며 적재적소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여성운동의 지지기반도 중요하다. 언론의

여성장관 흔들기도 여성계로부터의 지지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여성인사에게 더 쉽게 위력을 나타낸다. 여성장관

이 여성몫으로 이해되고 있다면, 여성의 대표성을 충분

히 확보할 수 있도록 원활한 여론수렴을 거친 임명 구조

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자민련의 남성 부총장

자민련에서 3명의 부총장 가운데 여성정책을 담당하는

부총장에 남성이 임명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한 정당의

인사 정책에 대해서 ‘해프닝’이라 표현하는 건 대단한

실례인 줄 안다. 그러나 그 소식을 접한 여성들의 정서

에는 ‘해프닝’이라는 말이 딱 맞다.

지금 여성정책은 대단히 중요한 정책의 테마로 등장하고

있다. 비록 여성들이 주장하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게 문제랄 수는 있겠지만, 여성정책의 중요도에 대해서

는 기본적인 논의의 합의점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정당의 남성중심성이 문제가 되는 마당에 정당 고위직

의 여성비율을 늘려가지는 못할망정 그나마 여성 ‘몫’

으로 당연시 돼오던 부총장 자리 하나 마저도 남성으로

채운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해프닝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자민련이 여성정책에 관심도 없고, 중요성도 인

식하지 못하며, 정책을 개발할 능력도 없다는 표시라고

여성유권자들은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민련에서는 남자라고 여성정책 못할 것 없다, 부총장

자리 하나 더 늘리면 될 것 아니냐고 옹색한 변명성 주

장을 하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여당이라 자부하는 정당

에서 이런 구시대적 발상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

다.

자민련에서는 여성들의 신랄한 비판과 제언을 수렴하기

바란다. 남성독점의 협소한 틀 속에서 빠져나오는 변신

의 기회를 갖지 않으면 남성 부총장 임명에 대한 손실은

거의 모든 여성유권자의 외면으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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