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사람이 나서서 신나게 하다 보면
어느덧 여럿이 함께 재미나게 어울리는 곳,
이곳이 바로 마을이다”

“사람이 없어 일을 못 한다”는 푸념을 가끔 듣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자기가 직접 하면 될 일을, 남 시키려니 없지!”라고 한다. 그렇다, 하고 싶은 사람이 그냥 하면 될 일이다. 그럼 “하고 싶은 사람이 하더라도 혼자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반론이 바로 되돌아온다.

진짜 하고 싶은 한 사람이 있으면, 그 주위에 절반 정도 하고 싶은 사람 한둘은 생긴다. 책임을 지지는 못하지만 옆에서 돕겠다는 사람이다. 이어서 30% 정도만 하고 싶은 사람 필시 두셋은 꼬인다. 별 관심은 없지만 ‘네가 한다니 필요한 일거리 한두 가지는 감당해주겠다’는 이들이다. 벌써 합이 대여섯이다. 모두가 올인할 필요도, 모두가 책임질 필요도 없다. 세상에 대여섯이 모여 못 해낼 일은 없다. 오히려 그 대여섯 모두가 올인하면 될 일이 없다. 필시 그 일은 산으로 가버릴 테니까. 그래서 진짜 하고 싶은 ‘한 사람’이 소중하다. 하고 싶은 일, 하는 것 자체로 즐거워 올인하는 한 사람이 중요하다.

무슨 일이든 처음 일을 도모하는 단계에서는 신이 난다. 새로운 일을 꾸민다는 것은 꿈을 꾸는 것이기에 그렇다. 그것도 마음 맞는 여럿이 모여 꿈꾸듯 낙관적인 기운으로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내어놓으니, 시작만 하면 금방이라도 결실을 볼 것 같다. 그러다 어느덧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고, 역할도 정해진다. 모두가 함께 의논하던 체계는 담당자와 운영위원회로 구분이 되고, 그림으로만 그려보던 상황은 현실이 되어 턱, 나타난다. 그야말로 실전에 돌입하면서 사정은 달라진다. 잘될 것만 같았던 일이 생각같지 않게 더디고 성과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생각지도 않은 일이 벌어지고, 세상을 다 이룰 듯 그렇게 의기투합했던 사람들도 조금씩 차이가 드러나고, 하찮은 일로 틈이 벌어진다.

첫 출발이 성공적으로 잘 돼도 자리를 잡고 안정되려면 긴 시간이 흘러야 한다. 내가 사는 성미산마을에서 길게는 10여 년, 짧게는 3∼4년 된 마을기업들의 목표가 모두 ‘똔똔’(수지 균형)인 것을 보면, 뭔 일을 벌여 안착시킨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 그 ‘자리 잡기’까지가 문제다.

처음에 모두 함께 으샤으샤 일을 벌일 때야 에너지가 천정부지로 상승하지만, 일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상승하던 에너지는 바로 꺾여 수평으로 된다. 안간힘을 다해 발버둥치지만 한 번 꺾인 수평선은 도무지 쳐들지 못하고 오래도록 지루하게 이어진다. 이때 책임을 맡은 담당자는 착시에 빠진다. 계속 상승하던 곡선이 수평으로 누우니 마치 하강이라도 하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문제는, 책임을 떠맡는 사람들이 대체로 착하고 거절을 못 하는 사람들이라 열에 아홉은 그 하강이 모두 ‘제탓’이라고 여기게 된다는 점이다. 이때부터 대하드라마 한 편 정도는 찍을 만한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그렇다면 이 기간을 누가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견뎌낸다. 해야만 한다는 의무와 책임감보다는 꼭 하고 싶은 일이라서 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상처도 덜 받고 결국은 견뎌낸다.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크게 구분하면 푸싱(pushing) 전략과 풀링(pulling) 전략으로 나눌 수 있다. 푸싱 전략은 말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얼마 전 분유업계의 오래된 관행이라며 언론에서 떠들썩했던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가 그 예다.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전지현, 장동건 같은 유명 연예인을 TV, 라디오, 신문에 내세워 선전하는 대기업의 전략이 다 푸싱이다.

그래서 푸싱은 자원이 많은 사람이나 조직이 쓸 수 있는 전략이다. 반대로 자원이 없는 시민사회의 단체들이나 사회적기업, 마을기업들은 풀링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이른바 ‘당기는’ 전략이다. 사실은 무언가의 ‘매력’에 이끌려 고객 스스로 ‘다가오게’ 하는 전략이다. 핵심은 매력(attraction)이다. 매력 있는 향이 나야 한다. 그런데 향은 즐거운 기운이 넘쳐흐르는 곳에서나 나는 법. 그렇다면? 결국은 하고 싶어서 해야 그 일에 향이 나고, 이 요란하고 심란한 세상에 뭐가 그리 재미있나 싶어 사람들이 관심도 가지고 함께 동참하고 싶어 하기도 하는 것이다.

마을살이는, 조직처럼 목표와 일정을 미리 정하고 돌파해내듯 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나서는 이의 욕구와 열의가 중요하다. 또 필요와 욕구는 있으되 자원이 없으니 풀링이 적합한 전략인 셈이다. 하고 싶은 사람이 나서서 신나게 하다보면, 어느덧 여럿이 함께 재미나게 어울리는 곳, 이곳이 바로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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