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싸게 여행하기 '노하우'

지난주 보름간 파리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5학년 딸 꽃님이와 1학년 아들 꽃봉이, 남편과 저 넷이 함께 갔다가 남편은 일주일 만에 먼저 돌아오고, 저희는 일주일 더 있었어요.

파리에 간다니까 남들이 그러대요. “돈 많은 가봐?” 아, 항공사 마일리지 공짜 표로 다녀왔어요. 원래 마일리지는 비행기 탑승 거리에 따라 생기지만, 비행기 탈 일이 뭐 그리 많은가요? 저는 항공사와 제휴된 신용카드를 써서 마일리지를 모은답니다. 이웃들에게 이 얘길 하면 또 그러세요. “돈 많은 가봐?” 카드를 얼마나 많이 쓰길래 마일리지를 그렇게 많이 모으냐는 얘기죠. 아, 돈 많으면 비행기표 척척 사서 타지, 뭘 마일리지 공짜표로 타겠어요? 대신 저는 카드 사용 금액 자체는 평범하지만, 전체 생활비 중 카드 사용 비율은 아주아주 높습니다. 어지간하면 다 카드를 쓰니까요. 제가 마일리지를 모으는 항공사에는 전용 인터넷 쇼핑 사이트가 있어요. 옥션, 인터파크, 지마켓 등 일반 쇼핑몰이 링크돼 있는 곳인데요. 이곳을 거치면 마일리지를 훨씬 더 많이 준답니다. 번거롭더라도 매번 그 사이트를 거쳐서 인터넷 쇼핑을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저의 마일리지 모으는 비법이지요. 1000원당 1마일도 채 안 주는 마일리지를 모아 언제 공짜 표가 나오겠냐고 하지만 저는 뉴욕, 뉴질랜드, 홋카이도, 파리 죄다 마일리지로 다녀왔는걸요. 티끌 모아 태산! 바로 마일리지를 두고 생긴 속담이랍니다~

마일리지를 주는 신용카드는 거의 모든 카드 회사에 다 있는데요, 저는 연회비가 조금 비싸더라도 마일리지 적립률이 높은 카드를 쓴답니다. 영화 표나 주유비 할인 같은 서비스는 좀 부족하지만, 저는 그 어떤 카드 혜택보다도 항공 마일리지가 쏠쏠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장 이번 여행만 봐도 4인 비즈니스 좌석을 탔으니 1000만원 훨씬 넘는 혜택을 본 셈이고요. 무엇보다 마일리지의 장점은 꿈을 꾸게 해준다는 것 아닐까요? 비행기 표만 있어도 여행 떠나기가 훨씬 더 쉬워지니까요.

물론 마일리지 비행기 표엔 단점도 있습니다. 일단 비행기마다 마일리지 좌석으로 배정된 좌석 수가 많지 않아서 예약을 일찍 해야 합니다. 이웃들은 저희 가족이 라벤더 보랏빛 벌판을 보기 위해 6월에 여행을 한 줄 알지만요, 애들 소중한 학교를 빼먹으면서 왜 6월에 가겠어요? 방학인 8월 성수기엔 네 좌석 한꺼번에 표 구하기가 어렵거든요. 에휴~.

이번엔 숙소도 꽤 싸게 얻었습니다. 에어비앤비라는 일반인이 자신의 집을 숙박 시설로 빌려주는 민박형 숙소 소개 사이트를 이용했거든요. 전문 호텔은 아니지만, 파리 중심지에 있는 원룸 아파트를 통째로 빌려 밥도 해 먹으면서 우리 가족끼리 편하게 있었어요. 호텔 가격의 3분의 1 정도 가격이었답니다. 프랑스 남부 시골인 프로방스 지역에선 ‘지트’를 이용했어요. 프랑스 정부에서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직접 민박 연합회를 꾸려 운영하고 있거든요.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는 농가에만 허가가 난다는데, 대부분 지트는 멋진 프랑스식 아침 식사를 제공합니다. 저희가 묵은 농가엔 수영장도 있어서 프로방스 들판을 바라보면서 수영하는 즐거움이 아주 쏠쏠했지요. 딱 까놓고 밝히자면요, 온 가족이 14박을 프랑스에서 하면서 200만원을 채 쓰지 않았답니다.

프랑스 싸게 여행하기, 첫째 요령. 마일리지 모으기. 둘째 요령은 열심히 인터넷 검색하기. 셋째 요령이야말로 전 세계 어디든 통하는 요령입니다. 바로 미리 예약하기!

프랑스에 도착하자마자 저희 가족은 프로방스로 향했습니다. 초고속 열차 테제베(TGV)도 두 달 전에 미리 예약하니까 할인이 많이 되더군요. 자동차를 렌트했는데, 이것도 미리 예약해서 할인을 많이 받긴 했습니다만, 4인 가족이 7인승을 빌렸더니 너무 큰 차가 아니냐며 깜짝 놀라더군요. 프랑스를 여행하며 내내 소형차들이 대부분이라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차난이 심각한 파리에선 2인용 자동차가 아주 흔했고요, 땅 넓은 프로방스에서도 7인승 자동차는 드물었습니다. 우리도 프렌치 스타일로 작은 차를 빌릴걸 그랬어요~.

아 참,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는 지트 소속 농가들은 시 외곽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요, 지트에 머물려면 교통편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픽업 서비스를 해주기도 하지만, 시내 구경을 다니려면 아무래도 자동차를 빌리는 게 편합니다. 저희는 아비뇽 근처 카바이용이라는 작은 마을에 머물면서 오밀조밀 붙어 있는 근처 마을들을 여행했답니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땐 예쁘다고 소문난 마을은 다 가보고 싶었는데, 딱 하루 돌아보고 일정을 바꿨습니다. 프로방스의 시골 마을들은 얼마나 많은 곳을 가는가보다, 어떤 곳에 머물면서 멋진 풍경과 하늘과 음식과 와인과 과일과 꽃을 느긋하게 즐기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걸 금방 깨달았거든요.

남편은 지금도 얘기합니다. 루브르박물관에서 이름난 명화를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마음속에 남아 있는 아름다움은 프로방스의 들꽃이라고요. 파리의 멋진 프렌치 레스토랑보다 시골 농가의 소박한 버터와 빵, 과일로 차려졌던 아침 식사가 더 그립다고요.

파리의 멋쟁이 화가 라탈의 작은 아파트도 그랬고, 프로방스 카바이용의 바르트 할아버지 댁도 그랬고 이런 민박형 숙소들은 가격도 쌀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생활 속으로 스르륵 스며들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좋았습니다. 아, 말이 안 통해 걱정이라고요? 저희 가족도 불어를 못하고, 그들도 영어를 못했지만 문제 없었어요. 만국 공통어 스마일이 있으니까요.

민박형 숙소 소개 사이트 ‘에어비앤비’

www.airbnb.co.kr

파리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숙소를 한국어로 검색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농가 민박집 예약 사이트

www.gites-de-france.com

프랑스 정부에서 농가의 소득 증대를 위해 농가를 숙박업소로 제공하는 연합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제 농사를 짓는 농가에 머물면서 그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습니다. 호텔과는 전혀 다른 즐거움을 느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