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을 또다시 회오리 속으로 몰아 넣었다.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
는 진형구 대검 공안부장의 발언파문을 보며 ‘대낮 폭탄주’가 정
말로 갈 데까지 갔다는 절망적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
이 발언 파문의 배경이 된 ‘폭탄주 문화’는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어 보이지만 실은 더 근본적이고 더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
돼야 할 부분이다. 검찰이 파업을 유도했다는 사실 그 자체도 어처
구니가 없는 일로 철저히 규명되어야 하겠지만, 그 어마어마한 일이
‘대낮 폭탄주’를 주고 받는 취중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더 놀랍
다.
얼마전에도 한 검사가 대낮의 술자리에서 취재중이던 여기자를 성
추행해서 검찰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검사들은 도
대체 무슨 특권이 있길래 다른 국민들이 모두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대낮에 정신이 오락가락 할 정도로 술을 마신다는 말인가?
술을 주고받으면서 의기투합하는 방식은 우리나라 남성문화의 특색
을 이룬다. 결정권을 가진 남자들끼리 똘똘 뭉쳐 유대감을 다져나가
는 술자리 문화는 남성독점, 부정부패의 온상이되어 왔다. ‘오가는
폭탄주 속에 피어오르는 부정부패’를 간과할 수 없다.
대통령이 공직자의 기강확립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지만, 이 폭탄주
관행이야말로 공직자 기강 확립을 위해 중지되어야 할 것이다.
식탁안전을 지켜줄 정부를 원한다
이번엔 다이옥신 파동이다. 벨기에산 사료원료의 오염으로 돼지고
기, 닭고기, 게다가 아이들 먹는 초콜릿 과자까지도 위험하다는 것이
다. 도대체 무엇을 먹어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해마다 먹거리 파동
이 이는데 그 때마다 우리정부는 늑장 대응으로 욕을 먹는다.
단 한번도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권을 가져보지 못했던 현대사를 살
아오는 동안 우리 국민들은 권력자들의 실망스런 행태에 대해서는
일정한 면역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먹거리는 다르다. 사람 사는 데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것이 먹는 일이다. 주부들에게 물어보면, “먹을 것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은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사소한 듯 보이지만 이처럼 중요한 정치적 소신이 어디 있겠
는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단 한 해도 먹거리 파동에서 안전하게
보호된 적이 없었다. 과거에는 국내에서 생산된 콩나물, 고춧가루 수
준이었지만 수입이 일반화된 다음부터는 유통체계와, 감시체제의 문
제로 넘어갔다. 벨기에산 사료 원료 오염으로 인한 육류의 다이옥신
오염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국민건강
과 직결되는 식품 오염을 감지하는 속도가 왜 그렇게 느린지, 우리
정부는 항상 시중 유통이 되고 난 다음에야 그 사실을 국민에게 알
려준다.
먹거리의 안전이 이제 어느 한 개인이나 국가의 문제가 아닌 이상
정부는 식품유통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체제 정비에 만전을 기해
야 할 것이다. 우리의 식탁을 지켜줄 정부를 원한다. 이것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여성들의 바람이다.
'김효선 편집국장 sunhk@wome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