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젠틀맨’ 선정성 논란

가수 싸이(36·본명 박재상)의 ‘젠틀맨‘이 또다시 무서운 기세로 ‘강남스타일’의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지 9일 만에 ‘2억 뷰 달성’이라는 세계 신기록까지 달성했고 4월 23일에는 2013 빌보드 뮤직 어워즈 6개 부문에 후보가 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며 승승하고 있는 가운데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뮤직비디오의 선정성을 두고 여성 비하이며 선정성이 지나치다는 주장에 맞서 오히려 남성중심적인 시각을 희화화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언론이 싸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홍보하며 띄워주는 국가주의적 분위기도 도마에 올랐다.

‘젠틀맨‘ 뮤직비디오에는 성적 코드가 가득하다. ‘강남스타일’이 성행위를 묘사한 말춤과 요가하는 여성의 엉덩이를 클로즈업한 장면 등으로 성적 코드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면 ‘젠틀맨‘은 노골적이다. 싸이는 마네킹의 젖가슴을 쓰다듬고,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의 몸에 오일을 바르며 상의의 끈도 푼다. 비키니 차림의 여성 댄서들은 바닥에 누운 남자들 위에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시건방춤’을 춘다. 그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가수 가인이 어묵을 입에 무는 장면. 흰 소스를 듬뿍 묻힌 어묵을 입에 물고 야릇한 표정을 짓는 가인의 모습은 ‘오럴섹스’를 떠올리게 한다. 커피를 마시는 여성의 잔을 툭 치거나, 도와주는 척하다 의자를 빼버리는 등 놀림의 대상 대부분도 여성이다.

반면 이번 논쟁에 불을 지핀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가인의 어묵 장면을 거론하며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포르노그래피에 의존해 탄생한 작품이며 남성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강자가 약자를 놀림의 대상, 장난의 대상으로 여기며 학대를 반복하는 노리개로 삼았다”며 “저질 마초문화”의 사례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극히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젠틀맨‘의 선정성을 문제 삼지 않는다. 여론은 선정성보다는 국위 선양을 강조하며 빌보드 차트 1위 등극을 바라는 분위기”라며 뮤직비디오를 둘러싼 전체주의적 현상을 경계했다. 실제 지상파 방송에서조차 싸이에게 만큼은 ‘무조건 찬양’식의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는 이번 논란에 대해 “싸이에게 엄숙하고 도덕적인 것을 요구할 생각은 없다. 다만 ‘싸이가 해외에 한국을 알리며 국위 선양을 하는데 그것(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하나 눈감아주지 못하냐’고 보는 국가주의적 분위기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희롱하는 시선을 공감하지 못하는 현상이 뒤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문화정책센터장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도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측면이 있지만 자기 조롱적인 유머가 강했던 반면 ‘젠틀맨‘은 그 수준이 더 노골적이다. 갈수록 적나라해지고 과격해지는 면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