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폭력 피해 경험 수기 ‘꽃을 던지고 싶다’ 낸 너울씨
9세부터 7차례 성폭력… “성폭력 피해자들 세상으로 나오길”
‘꽃을 던지고 싶다’.
이 책은 아동성폭력 경험으로 성인이 돼서도 피폐한 삶을 산 한 여성의 용기 있는 고백서다. 저자인 너울(가명·39)씨를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저자는 9세 때부터 지금까지 7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피해 경험은 여전히 생생하다. 그는 해마다 4월이 되면 앓아눕길 반복한다. 4월은 첫 성폭력 피해를 당한 달이다.
그는 교사를 꿈꾸며 동네 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던 평범한 아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운영하던 식당을 찾은 손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아홉 살 때였다. 열두 살이 되던 해에 그의 삶을 바꿔 놓은 성폭행을 당했다. 할머니 댁에서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 삼촌은 유독 엄마에게 잘하던 사람이었다. 그가 성폭행했다는 사실을 주위에 알릴 수 없었다. 세월이 지나 삼촌은 신붓감이라며 한 여성을 데려왔다. “저 사람은 어린 나를 강간한 파렴치한”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입을 뗄 수 없었다.
성폭력 피해는 성인이 돼서도 계속됐다. 학원 원장에게, 승복을 입은 남성에게도 당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치심을 느꼈고,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결국 그는 고시원 쪽방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지인이 발견해 자살은 미수에 그쳤지만 그후 스스로 성을 팔기로 결심했다. 너울씨는 “유일하게 나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너울씨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극심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때론 행실이 온전치 못해 생긴 일이라며 오히려 피해자를 공격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으로 성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놨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대학 선배가 그에게 “너를 붙잡고 있는 가장 큰 고통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어릴 적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선배는 그를 위로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해져야 한다. 그런 약한 정신력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위로와 지지의 말을 듣고 싶었지만 선배는 이야기를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 이후, 너울씨는 성폭력 피해 경험을 어디에서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가난했던 그는 성폭력 피해에 대한 기억을 억누르고 20대를 바쁘게 보냈다. 30대가 돼서 아픔이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용기를 내 성폭력 생존자 자조 모임에 나갔다. 그는 “비로소 그때 나 스스로를 가둔 방에서 나올 힘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이 책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며 “그들이 하루빨리 세상으로 나와 다른 피해자들과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책 제목의 ‘꽃’은 여성성을 상징한다. 너울씨는 “내 경험이 성보다는 폭력에 맞춰지길 바란다. 폭력 트라우마는 쉽게 극복되지 않는다. 자신만의 치유법을 찾는 게 관건”이라며 “나는 성폭력 피해 경험을 글로 쓰며 회복했다. 숨어 있는 피해자들이 세상으로 나와 치유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성폭력은 한 인간의 평생을 지배하는 끔찍한 경험이자 사회범죄”라며 “국가가 아동성폭력 피해자들의 치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상담 지원 같은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