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 직접 해보니
통신기업인 KT G&E부문 기업IT본부에서 일하는 서은희(42)씨는 지난해 1월 재택근무를 시작한 후 일상에 여유가 생겼다. 아이 셋을 키우며 느낀 미안함도 옅어졌다. KT 상품 컨설팅 업무를 하는 그는 회사원인 남편과 사이에 여섯 살배기 딸과 세 살 된 쌍둥이 남매를 두고 있다.
쌍둥이를 낳고 1년간 육아휴직 후 복직한 그는 현재 KT가 시행 중인 스마트 패밀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서씨는 “일주일에 하루 재택근무를 하다 지금은 일주일에 사흘 재택근무를 한다. 하루 전에도 신청이 가능해 편하다. 외부 미팅이 있으면 근처 스마트워킹센터에서 업무를 마무리하고 퇴근한다”고 말했다. KT는 2011년부터 자택, 스마트워킹센터 등 자신이 원하는 근무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해 원하는 시간 만큼 근무할 수 있는 원격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듬해에는 출퇴근 시간을 바꿀 수 있는 선택근무시간제도 도입했다. KT는 분당, 광화문 등 전국에 스마트워킹센터 15곳을 운영 중이다.
지난 1997년 KT 자회사인 KTF에 입사한 서씨는 “회사생활을 15년 이상 했는데 육아 때문에 포기하기에는 아쉬움이 컸다”며 “재택근무를 한 후 출퇴근 시간이 절약돼 아이들을 오전 9시에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맡긴다. 오전 8시에 맡길 때는 다른 아이들이 오기 전이라 불안했다. 우리 아이들만 덩그러니 두고 오려니 마음 아팠다”며 “지금은 전업맘 가정 아이들과 같은 시간에 등원시킬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근무하는 김현주(35)씨는 “유연근무제 덕분에 일과 육아의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후 5시에 눈치 안 보고 퇴근하니 좋더라. 물론 급한 업무가 있으면 야근한다. 한 시간 일찍 가니까 아이 얼굴을 더 오래 볼 수 있어 좋다”며 “덕분에 떳떳한 엄마, 떳떳한 며느리, 떳떳한 직장인이 된 기분이다. 유연근무제가 확산돼 내가 누린 혜택을 기업에 다니는 친구나 선후배들도 누렸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네 살배기 아들을 둔 김씨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2010년 7월부터 유연근무제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주일에 하루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일했다. 송파구 자택에서 잠실 스마트워크센터가 걸어서 10분 거리라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김씨는 스마트워크센터 근무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회의실에서 동료와 회의를 할 때면 새로운 환경이라 아이디어가 잘 나왔다는 것이다.
단시간 근로를 활용해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 근로자가 많은 한국소비자원은 주2회 8시간 근무, 주5일 4시간 근무하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2011년부터 매년 상반기 단시간 근로 중인 한 여성은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늘어 가족 간 소통이 더 원활해졌다”고 말했다.
기업과 공공기관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활용 비율은 턱없이 낮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 중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근로자는 13.4%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용근로자 중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비율은 절반 수준인 6.7%에 불과하다.
유연근무제 형태도 더 다양해지고 유연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현주씨는 “주40시간 근로를 지키는 선에서 유연근무제가 더 유연해졌으면 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까지 근무하는 형태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스마트워크센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인력이나 예산을 늘려 더 일찍 문을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