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난 지 50여 일이 지났다. 정치권이 참으로 희한하고 비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박근혜 새 정부 초대 총리 내정자가 자진 사퇴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고, 총리와 장관 후보 인사가 발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현행 인사 청문회 제도의 문제점을 둘러싼 공방만 오가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연속회의에서 “청문회가 개인을 과도하게 상처내지 않고 능력과 소신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법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통해 표결이 이뤄지는 국회가 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국회에서 사실상 ‘부적격’ 판정을 받고도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감싸는 듯한 나쁜 인상을 주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을 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정부 부처 간 충돌도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국회에서 “통상교섭 기능 이관은 헌법을 흔드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외교부 장관이 대통령의 통상교섭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즉각 반박했다.

상황이 이렇게 꼬여가고 있는데도 새누리당은 무기력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정치와 직언은 사라지고 통치와 침묵만 남아 있는 새누리당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현재 정부 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박근혜 당선인의 정치 리더십이 크게 흔들거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박 당선인의 직무 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아주 낮을 뿐만 아니라 하락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월 4일에 발표한 조사 결과, 박 당선인의 직무 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4%포인트 하락해 52%에 불과했다. 정부 여당도 문제지만 야당인 민주통합당도 허우적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야당의 존재감이 전혀 부각되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민주당에 대한 정당 지지도는 25%로 새누리당(41%)에 비해 한참 낮은 수치다.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난 대선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가 앞장서서 “지려야 질 수 없는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황당한 진단이나 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 한 달 넘도록 ‘회초리 투어’다 뭐다 대선 참패를 자책하며 그 원인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대선 패배에 대한 냉정하고 과학적인 분석보다는 시간만 흐르기를 바라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한 것 같다.

민주당은 최근 워크숍을 통해 7개 항으로 된 ‘민주당의 신조’를 채택했다.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 국회의원 겸직 금지, 의원연금의 조건 없는 폐지, 계파 청산, 민주적 리더십 강화, 당직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 뇌물수수·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인사에 대한 공천 제한 등 일종의 정치 쇄신안이다. 과연 이런 상황 면피용 립서비스 신조로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까.

민주당이 국민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근본 이유는 한탕주의만 있었지 자체 동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인식 속에 민주당은 자체 동력을 갖추지 못하고 누군가에 기대어 연명하는 ‘기숙 정당’ ‘수권 능력이 없는 정당’으로 각인됐기 때문이다.

야권이 정권을 교체하려면 야권 후보가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는 바람의 주체가 아니라 안철수가 일으킨 바람에 편승해 그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자체 동력이 약했다. 더구나 2012년 총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통렬한 반성과 성찰 없이 친노와 반노, 영남과 호남 세력 간 통합을 지향한다면서 국민에게 새로움이 전혀 없는 ‘박지원(원내대표)-이해찬(당 대표)-문재인(대선 후보)’으로 이어지는 ‘죽음의 삼각 동맹'을 만들었다.

결국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대선을 맡김으로써 ‘이기려야 이길 수 없는 선거’를 만들었다. 한마디로 올드(짝퉁)만 있었지 뉴(명품)가 없었기 때문에 패배한 것이다. 민주당이 몰락의 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죽어야 민주당이 산다”는 절박함과 함께 발전적 해체를 포함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민이 민주당에 마지막 기회를 주고 있다는 점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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