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최고 디바 이난영, 장세정 발굴
전집출판 음반발매 등 기념사업 활발
이들의 노래는 한민족의 애환을 반영한 노랫말과 유려한 선율로 사랑받았다. 1930~50년대 발표된 애창 가요 중에는 이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박시춘(본명 박순동·1913~1966)은 ‘애수의 소야곡’ ‘신라의 달밤’ ‘낭랑18세’ 등 3000여 곡을, 손목인(1913~1999)은 ‘목포의 눈물’ ‘타향살이’ 등 1000여 곡을 남겼다. ‘낙화유수’ ‘꿈꾸는 백마강’ 등 조명암(본명 조영출·1913~1993)이 노랫말을 쓴 곡도 500여 곡에 달한다. 박시춘이나 손목인이 곡을 쓰고 조명암이 가사를 붙인 합작품으로 확인된 것만 250여 곡이다.
일제강점기의 최고 여자 가수로 꼽히는 이난영과 장세정도 이들 세 사람의 가장 큰 수혜자다. 당대 ‘블루스의 여왕’이라는 명성을 얻었던 이난영(1916~1965)은 1934년 가사 모집에서 입선된 문일석의 작품에 손목인이 곡을 붙인 ‘목포의 눈물’을 불러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 가요계의 샛별로 등장했다. 이난영과 쌍벽을 이룬 장세정도 1948년 봄에 조명암과 김해송 콤비가 광복의 기쁨을 표현해 만든 ‘울어라 은방울’을 불러 히트시켰다.
가요계와 학계에서는 다양한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시인이자 극작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했던 조명암의 전집(소명출판)이 출간된다. 한국 근대 가요사 전문가인 장유정 단국대 교수 등 근대서지학회 연구진이 3년간의 공동 작업으로 만들었다. 1948년 월북하는 바람에 많은 노래가 금지곡 목록에 올랐고, 연구 자료가 많지 않아 의미가 있다.
KBS 1TV ‘가요무대’도 이들 3인에 대한 특집 방송을 준비한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싱어송라이터협회가 박시춘 선생 탄생 100년을 기념하는 대규모의 헌정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홀에서 열린 이 공연에는 소리꾼 장사익, 가수 주현미를 비롯해 보아, 김범수, 슈퍼주니어 등 세대와 장르를 막론한 가요계 후배들이 총출동했다. 이날 공연의 수익금은 ‘박시춘 기념재단’ 설립을 위한 준비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