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표출된 세대 간 갈등은
‘5060’ 권위 붕괴된 모습 보여줘

18대 대통령선거가 남긴 가장 큰 후유증은 2030과 5060으로 대표되는 세대 간 갈등이 아닌가 생각된다. 포털사이트에서는 막판에 급등한 5060의 투표율이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른 최대 변수였다고 판단한 젊은 층이 자기 부모 세대에 해당하는 5060을 향해 거침없는 분노의 욕설을 쏟아내는가 하면 지하철에서 노인들에게 자리 양보도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는 ‘노인 무임승차제 폐지’를 위한 청원 사이트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어른과 젊은이가 서로 멱살 잡고 싸움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낯이 뜨겁다.

사실 세대 간 갈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에나 있는 현상이다. 따라서 문제는 세대 간 갈등 자체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왜 지금 세대 간 갈등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역갈등이나 이념갈등은 서로 남남인 집단 간 대립이기 때문에 적대적으로 표출되기 쉬우며, 심지어 전쟁 상태로 치닫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보아 왔다. 그러나 세대 간 갈등은 가깝게는 부모와 자녀, 스승과 제자, 이웃의 어르신과 젊은이 사이와 같이 일상적으로 매우 가까운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기 때문에 설사 의견이나 입장의 차이가 있다 해도 서로 욕설을 퍼붓는다거나 하듯이 노골화되기 어려운 특징을 갖는다. 이번 대선 후 나타난 세대 간 갈등은 그 골이 깊다는 것보다도 그 표현이 노골화됐다는 데 특징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세대 간 갈등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표출된 이유가 무엇일까.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2030에 의한 5060에 대한 비난 댓글은 세대 간의 비방이 아니라 마치 동료들 간의 설전처럼 보인다. 이것은 젊은 층이 노년층을 전혀 어른으로 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른이 어른이기를 포기한 지 오래다. 원래 ‘어른스럽다’함은 사려 분별이 명확하고 책임감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어른은 전혀 어른스럽지가 않다. 어른들이 자신의 딸과 같은 여성들로부터 성매매를 일삼지 않나, 얄팍한 이익에 대의를 팔아먹고, 공동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추악한 모습을 젊은 세대에게 보이지 않았던가. 이번 대선 후에 나타난 세대 간 갈등은 5060의 권위가 붕괴된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 이후의 세대 간 갈등 양상은 젊은 세대가 지지하던 후보의 패배에 대한 불만과 기성세대 권위의 붕괴가 상승작용을 하여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어른의 말씀이라면 한마디 토도 못 달고 순종해야 했던 시대는 아니다. 그러나 어른이 어른스럽지 않고서 어떻게 젊은이가 어른스럽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어른들이 어른스럽게 행동할 때만이 젊은이들이 어른을 공경하게 될 것이고 세대 간 갈등도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약자에게 관용을 베풀고,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도 사회구성원들이 어른스럽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새해에는 어른이 어른스러워지는 해, 스승이 스승다워지고, 정치인이 정치인다워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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