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 직관·고정된 프레임에 기대기 때문
‘대중의 지혜’ 작동 위한 방법론 고민해야

선거는 예측의 전쟁터다. 점쟁이들의 호언장담이 난무하고 필부들의 내기판도 벌어진다. 소위 ‘족집게 도사’들의 몸값도 치솟는다. 이 같은 ‘예측의 과잉’ 속에서도 세간의 조명은 정치전문가로 향한다.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언론의 인용거리면서 동시에 내기판의 근거와 준거점이 된다. 그러나 정작 이들 정치전문가들의 예측 정확도를 검증해보는 이는 드물다.

4·11 총선 바로 전날. 예상깨나 한다는 정치전문가들이 당별 예상 의석수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언론들은 이들의 예지력에 힘을 보태며 ‘여소야대’를 기정사실화했다. 독자들도, 여론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의심하지도 않는 분위기였다.

필자는 14명 정치전문가들의 예상 의석수를 온라인 공유 문서에 꼼꼼히 정리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공유도 했다. 이들의 예측치가 실제 의석수와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궁금했고, 이 또한 총선 관전 포인트의 하나로 여겼다. 

워낙 예상 접전 지역이 많았던 탓인지, 2~3석 단위로 세밀하게 전망치를 내놓는 전문가는 찾기 힘들었다. 대다수가 빠져나갈 구멍이 필요했던 탓인지 ‘130~140석’ ‘120~130석’ 등으로 두루뭉수리로 발언을 정리했다. 그럼에도 여소야대라는 견해에선 일치했다.      

최종 개표 결과가 집계된 4월 13일 오전. 정치전문가들의 예상치와 실제 의석수를 비교했다. 이들 14명 가운데 여대야소를 예상한 전문가는 단 2명. 확률로 따지면 14.3%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엄격한 정확도의 잣대를 들이밀면 “맞혔다”라고 평하기엔 초라할 정도였다.

저명한 심리학자 필립 테틀록(Philip Tetlock)은 전문가 예측의 비정확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그는 284명의 정치전문가들을 대상으로 100가지에 이르는 미래 사건을 예측하게 한 뒤 정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정치전문가들은 어림짐작보다 좀 더 나은 예측 수준을 보였다. 정교하지 않은 통계모델만큼도 맞혀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전문가의 예측은 권위를 부여받아 왔다.

왜 전문가의 예측은 이처럼 늘 빗나갈까. 과학적으로 포장돼 있지만 실상은 그들만의 상식적 직관과 고정된 프레임에 의존하고 있기에 그렇다. 그것에 기대 자기들과 동기도, 상황도 전혀 다른 수백, 수천만의 다양한 행동을 예측, 관리, 조작하기에 그렇다. 테틀록의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됐듯, 예측의 정확성과 박사학위 소지 여부, 이데올로기, 특정 정보에 대한 누적된 지식과는 상관관계조차 없기에 그렇다. 

감히 단언컨대, 향후 대선에서도 전문가들의 예측은 빗나갈 개연성이 높다. 이들의 예측에 기대기보다 평범한 다수에, 지성에 의존하는 ‘대중의 지혜’를 작동시키기 위한 방법론을 고안하는 편이 낫다. 답은 천재가 아닌 대중의 손에 있다.

다만,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에 갇힌 한국의 트위터는 당분간 답을 제시하진 못할 듯하다. 그곳에서 ‘지혜로운 대중’을 만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다양성과 독립성이 오롯이 녹아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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