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두른 목도리가 무거워지는 걸 보니 이제는 정말 봄인가 싶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에 봄은 잔인한 계절이다. 잔인한 봄에 지역아동센터는 신음한다. 

일자리가 없어 생활비도 빠듯한데 집주인들은 월세를 올리든지 방을 빼든지 양자택일을 요구한다고 아이들의 보호자는 풀이 죽어 전한다. 전세가 많지도 않지만 전세로 옮기기에는 보증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실은 단돈 5만원의 월세를 올려주지 못해 이사를 가야 할 정도다. 센터에서 가까운 데로 가자고 아이들은 노래를 하지만, 더 싼 집만 있다면 어디라도 가야만 한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던 필리핀 엄마와 힘겹게 의사소통해 가며 겨우겨우 쌓아온 믿음과 이해가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집 저집에서 자기들도 이사를 갈지 모른다고 하니, 허전한 마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본래 사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여러 아이가 센터를 떠나고 나면 한동안 그립고 허전한 마음에 기운을 못 차릴 것 같다. 그 어린 것들에게 든 정을 거둬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 가슴이 먹먹하다. 때로는 센터가 공간을 임대해 월세로 운영하다 집주인의 임대료 인상 요구를 만족시켜 줄 수 없어 결국 이전하거나 폐지하는 경우도 있어 이래저래 지역아동센터는 봄 이사철에 몸살을 앓는다.

동네 큰집이 되어 고향이 없이 떠도는 아이들에게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그런 곳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꿈은 있지만 현실은 한참 멀기만 하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결국 지역아동센터에서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것을 보며 또다시 좌절이다. 우리의 아이들을 키우는 일에 이렇게 소홀해도 되는 것인가 절망스런 생각이 든다. 보건복지부는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에게 최저생계비 정도는 보장해야 한다고 거듭 지침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지침을 넘어선 적극적 정부의 책임이 우리는 정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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