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는 간절한 외침으로 시작한 MBC의 파업이 지난 13일 3주차가 되었다. 파업 초기 “왜 이리 늦었냐?”는 질책이 “반드시 승리하라!”는 응원으로 바뀌면서 반성과 다짐으로 하루하루 더 힘을 내고 있다.

MB정권하에서 벌써 다섯 번째 파업이다. 지난 4년 동안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뻔뻔함에 대해 싸웠고, ‘국민의 방송’ MBC를 ‘MB氏의 방송’으로 만들려는 큰 집 낙하산 김재철 사장에 맞서 분연히 일어섰다. 낙하산 사장의 출근을 막기 위해, 부당한 징계와 불방 사태에 항의하기 위해 새벽에 출근한 날이 촬영을 위해 일찍 나온 날보다 많았다. 정의로운 싸움이라 믿었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4번의 파업에서 우리는 승리하지 못했다. 결국 100명이 넘는 조합원이 징계를 받았고,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은 해고된 지 600일이 넘었지만 아직 회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2008년 ‘PD수첩’에서 김보슬PD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편을 제작했다. 방송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협상을 잘못했다고 국민 앞에 두 번이나 사과했지만, ‘PD수첩’ 제작진은 결국 명예훼손이라는 소도 웃을 혐의로 정치검찰에게 체포, 구금되어 재판에 넘겨졌다. 3년이 넘는 법정투쟁 끝에 작년 9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음에도 낙하산 사장과 경영진은 제작진에게 정직과 감봉이란 중징계를 내렸다.

MBC가 가진 트라우마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많이 늦어져 국민께 죄송하다.

여론을 호도하는 MBC 뉴스에 대해, 비판의 날이 무뎌진 시사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가 보내는 외면과 냉소가 너무 아팠다. 믿었던 ‘마봉춘’이 배신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국민 여러분께 석고대죄하며 마지막 싸움을 시작한다.

시청자가 외면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징계가 있다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고,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언론의 존재 이유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파업은 공영방송 MBC를 국민의 품에 다시 돌려드리기 전까지는 끝낼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싸움이다.

이 싸움이 외롭지만은 않다. MB정권 들어 또 다른 낙하산 사장이 투하된 KBS와 YTN의 양심적인 동료들이 같이 투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처참하게 무너진 공정방송과 민주주의를 끝까지 싸워 반드시 되찾을 것이다.

낙하산 사장에게는 청와대밖에 없지만, 참회하며 끝장투쟁에 나선 우리에게 온 국민이 함께해 주시리라 믿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