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노조는 노동자 권리 찾는 유일한 방법
법원의 특고 노동자 인정 판결 계속돼야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가‘노동조합 인정과 해고자 전원 복직’을 주장하며 거리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만 4년이 됐다. 재능교육지부 조합원과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4주년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가‘노동조합 인정과 해고자 전원 복직’을 주장하며 거리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만 4년이 됐다. 재능교육지부 조합원과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4주년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재능교육 해고 노조원들의 천막농성이 지난 1월 28일 1500일을 맞았다. 4년이 넘는 기간 재능교육 해고 노조원들은 노동조합 인정과 해고자 전원 복직을 요구했다. 거의 매일 야간 혹은 철야 농성을 해온 12명의 재능교육 교사들은 병이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힘든 투쟁을 이어왔다. 지난 1월 13일에는 이지현 조합원이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이들이 4년 넘게 거리 농성을 하게 된 주 원인은 특수고용직(특고) 문제다. 특고는 실제로는 회사에 노동자로서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서류상으로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노동자가 아니므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최악의 노동계층이다. 학습지교사, 보험판매원,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레미콘 운송기사 등으로 대표되던 특고는 노동시장이 다양해지며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휴대전화 판매원 등으로 범위가 넓어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특고의 불리한 노동조건을 보완하기 위해 노조 결성은 큰 도움이 된다. 재능교육에서는 1999년 노조가 결성돼 2007년까지 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어왔다. 그중에서도 1999년부터 3년 동안 재능노조는 학습지 교사들에게 불합리했던 부분들을 고쳐나가 직원들이 자신감과 책임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었다. 재능교육에서 당시를 경험했던 유득규 학습지노조 사무처장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았던 때를 잊을 수가 없다”며 “학습지교사의 노조 인정, 해고자 전원 복직과 더불어 특고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기 위해 농성을 멈출 수 없다”고 피력했다.

노조가 힘을 갖지 못하자 학습지노조 교사들은 월급과 마찬가지인 수수료를 깎여도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고, 학습지에 문제가 있어도 문제를 무시하며 학부모들을 구슬려 어떻게든 학습지를 끊지 못하게 해야 했다. 노동자가 아니라는 현실에서 이들은 교사의 자부심마저 잃은 지 오래다.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의 노동조합인 전국여성노조 88CC(컨트리클럽)분회도 2008년부터 농성을 진행 중이다. 노조활동을 이유로 3년간 6명이 해고를, 48명이 출장유보(근무정지)를 당했다.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경우 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출장 유보조치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고, 서울고등법원이 근로기준법상 골프장 경기보조원은 노동자에 해당하며 이들이 받은 집단징계도 무효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88CC는 이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를 해 조합원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김은숙 전국여성노조 88CC 분회장은 “88CC 노조원들은 노조활동을 그만두면 근무에 복귀할 수 있지만 노조를 포기하는 것은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같아 투쟁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특고가 다양해지며 노동자 스스로도 특고 지위에 놓여 있는지 인식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 노동자로서 인정 받는 비정규직과 특고의 가장 큰 차이점은 4대 보험(일부 특고는 산재보험 가입 가능)에 가입돼 있는지와 기본급 유무, 자영업자 신고가 돼 있는지 등이다. 이외에도 출퇴근 시간 제한, 회사 기물 소유권, 휴일·휴가·업무 결정 시 회사의 구체적 지시를 받는지 등의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특고 규정에는 애매한 지점이 많아 법원 역시 특고 중 노동자로 인정하거나 하지 않는 사례가 도출된다. 유 사무처장은 “특고는 노동자를 바라보는 범위에 대한 문제”라며 “사회가 변화해가며 고용 형태, 일하는 형태는 많이 바뀌었는데 한정된 노동 조건만을 토대로 노동자가 아니라고 규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구동훈 노무법인 현장 노무사는 “특수고용직 문제를 해결해야 비정규직의 확대를 막고, 사회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법원의 의미 있는 판결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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