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로 끌려가 일한 조선인 10만 명… 보상 외면에 1인 시위, 시민운동 펼쳐
1944년 나주에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양금덕(83) 할머니는 중학교에 보내주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을 믿고 일본으로 향했다. 짐짝 취급을 받으며 도착한 일본에서 그는 나고야의 미쓰비시중공업 공장에 배치됐다. 하루 10시간 이상 노역은 기본이었고 주어진 물량을 생산하지 못하면 야근도 허다했다. 아파서 일을 못 하면 매를 맞고 공장으로 끌려갔다.
“중학교는 언제 보내주냐”는 물음에 이 일을 잘 마치면 보내준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집도 사고, 밭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준다던 월급은 얼마인지 듣지도 못하고 한 번 만져보지도 못했다. 광복 후 노역을 감추려는 일본 때문에 10월 21일이 돼서야 고국으로 돌아온 이들은 우편으로 월급을 보내준다는 말을 믿고 기다렸지만 월급은 끝내 오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 군수물자 회사에 끌려가 강제로 노역을 하고 돌아온 여성들을 ‘근로정신대’라고 한다. 근로정신대에 끌려간 사람들은 12~14세 소녀들이 대부분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미쓰비시로 끌려간 사람들은 10만 명, 광주·전남 지역에서 근로정신대로 끌려간 소녀들은 138명 이었다. 그러나 근로정신대임을 밝히고 재판에 참여한 사람은 8명에 불과했다.
이들이 자신을 밝히지 못한 이유는 일본군위안부로 오인 받은 과거 때문이다. 광복 이후 정서상 일본에 다녀왔다는 것은 ‘조선인 매춘부’라는 딱지가 붙었다. 동네에 소문이 돌아 결혼이 미뤄졌고, 비밀리에 다른 마을 사람과 결혼한 여성들은 폭언과 폭행을 당하며 쫓겨나야 했다.
근로정신대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일본에서 먼저 시작됐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소송을지원하는회(나고야지원회)의 다카하시 마코도 공동대표, 고이데 요타카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일협정으로 문제가 다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1999년 미쓰비시를 상대로 시작된 근로정신대 임금 관련 소송은 2008년 끝내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기각됐다.
현재 광주를 중심으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 조직돼 활동 중이다. 뒤늦게 지역 할머니들의 고통을 알게 돼 2008년부터 활동해온 김희용 목사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이 2009년 3월 12일 시민모임 출범식을 갖고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시민모임은 1차 2만8000명 서명운동을 한 달 만에 받았고, 2009년 9월 말 광주시의회 건너편에 미쓰비시 자동차 광주 전시장이 열리자 그 자리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매주 월~금요일 낮 12시~오후 1시 208회의 1인 시위를 열었고, 평균 8~9명에서 많게는 40명까지 참여했다.
미쓰비시가 당시 끌고 간 조선인이 10만 명이라는 것에 착안해 10만 명 서명운동을 시작해 전국 각지에서 13만5000명의 서명을 받았다. 30명의 항의 방문단을 조직해 이 서명을 들고 2010년 6월 미쓰비시를 방문했다. 그러자 미쓰비시가 협상의 여지를 비쳤다. 협상 조건 중 하나가 반 미쓰비시 운동을 중단하는 것이었다. 시민모임은 미쓰비시가 협상에 잘 응해줄 것을 기대하며 사장 항의 편지, 1인 시위 등을 중지했다. 12차례 협상을 했지만 미쓰비시는 모든 보상에 대한 것은 재판과 한일협정으로 다 정리가 됐다는 입장이다. 개별 보상은 있을 수 없고 사회적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장학금 정도를 보전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미쓰비시에 분노하며 할머니들과 시민모임은 다시 의지를 모으고자 10만 희망 릴레이를 펼쳤다.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펼쳐진 10만 명 1000원씩 모으기 캠페인을 통해 1억2000만원이 모였다. 김희용 시민모임 대표는 “미쓰비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피해자로 나선 사람들 중 2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하루 빨리 할머니들이 고통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국민 관심과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