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 변동 대비해 배수체계 개선
치수정책의 민주화·분권화 필요
유철상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지난 3일 오후 기후변화센터와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반복되는 집중호우와 도심 피해, 대책은 없는가’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유 교수는 “지구온난화 영향을 고려할 때 도심 홍수는 재현될 여지가 크다”며 “예·경보 시스템의 정확도를 확보하면 대응 시간을 늘릴 수 있어 인명과 재산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도쿄는 대심도 터널 형태의 대규모 저류조를 만들어 대응 시간을 15~20분 늘렸다”며 “이 정도 짧은 시간으로도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남지역 수해 때 송파가 피해가 적었던 것은 빗물 펌프장 때문으로 알고 있다”며 “침투시설, 저류시설, 빗물 펌프장 등을 구비하면 홍수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절대적인 대책은 아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강수의 특성이 변한다면 별 효과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병국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은 모라꼿 태풍이 대만에 뿌린 하루 3000㎜의 호우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며 대응전략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침수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에 대한 지리 정보가 구축돼 왔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을 우려해 공개를 미뤄왔다”며 “강우 강도의 변동에 대비해 배수체계를 개선하고, 침수 흔적도를 공개해 위험이 예상되는 지역의 시설물 입지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행정보다 한강르네상스, 디자인 서울 등 전시성 사업에 많은 예산을 써왔다”며 “이번 집중호우 피해는 전형적인 인재이자 후진국형 재난”이라고 주장했다.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우면산 산사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원인이 인공시설물로부터 시작됐고, 강남·광화문 침수는 도시의 과도한 개발에 원인이 있다”며 “맞춤형 수해 대책이 필요하다. 민간에서 마을의 치수를 관리할 수 있도록 치수정책의 민주화와 분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분담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온실가스 저감 정책은 중앙정부가 실행하고, 기후변화에 따라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는 적응 정책은 지방정부에서 획기적으로 책임지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