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들, 공연 통해 현실 법의 무력함 꼬집어
한국여성단체연합 인권위원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사람들, 문화세상 이프토피아가 기획한 고(故) 장자연 시민법정극 ‘분노의 목소리’(사진)가 8일 오후 6시 30분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열렸다. 5명의 배우가 출연한 20여 분의 짧은 공연에 시민 관객들은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장자연을 연상시키는 여자 배우 한 명과 남자 배우 4명이 프로듀서, 기획사 대표, 검사, 언론사주 등 불기소 처분된 31명의 리스트에서 주요 가해자 역을 맡았다. 공연은 시민 배심원이 판결하는 형태로 마무리됐다. 시민 배심원단 20명은 여성 해방의 색인 ‘보라색’ 모자를 쓰고 가해자들에게 현실의 법이 내리지 못한 단호한 판결을 내렸다.
‘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사람들’에 참여하고 있는 유지나 동국대 영화학과 교수는 “유사한 사건의 더 많은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진실의 법정이 열릴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도 관객의 한 사람으로 참여해 “이러한 권력형 범죄는 정치적 책임이 크다”며 “힘이 되지 못해 미안하고 언젠가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결심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극을 관람한 영화평론가 송경원(30)씨는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왔지만 실제로 공연을 보니 더 납득이 가고 공감하게 됐다”며 “공연의 형태로 과장해 이야기 한 것인데, 사실 과장이 아니라는 것이 비극이다”라고 평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소장은 “장씨 사건은 조작으로 판명나 유야무야 덮였지만 많은 국민은 이를 믿지 않고 의혹은 점점 쌓여가고 있다”며 “여성단체들은 시민들이 직접 잊혀가는 이 사건의 진실을 드러내고 가해자를 처벌함으로써 수사기관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민법정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그는 장씨 사건을 계기로 여성연예인 인권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며 “술접대·성접대·노출 강요, 노동권 침해 등 인권침해 상황을 겪게 되는 여성 연예인과 지망생들은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02-736-1366)에서 상담과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