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5월은 두근두근하는 설렘의 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반에서 이제 슬슬 장난도 치고 적응도 된 친구들과 소풍을 가기도 하고,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지나며 소소한 즐거움과 어떤 고마움에 조금 성장한 것을 느끼기도 했죠.

그러나 어른이 된 그날 이후, 5월은 더 이상 봄날의 싱그러움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옥빛의 푸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5월은 기억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벌써 31년이 되었지만 그날 그 학살의 비명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마음 한구석 묵직하게 남아있는 ‘살아남아 세상을 일구는 자’로서의 책임감을 다짐해야 합니다.

그렇게 이제 5월은 광주 민주화운동을, 바로 지금 우리의 등 뒤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을 돌아서 바라보고 손을 잡아야 하는 그런 시기입니다. 그렇게 5월을 보내야 하겠죠. 그래서 오늘은 지면을 통해 두 편의 독립영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실 독립영화를 친구들에게 꼭 보러 가라고 추천을 할 때면 걱정이 앞서곤 합니다. 혹여 그 사이 극장에서 더 이상 상영을 안 하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그런 마음 때문이죠. 대중적인 상업영화에 비해 무엇보다 상영하는 극장이 몇 되지 않고 그나마 2주일 이상을 버티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독립영화를 추천할 땐 꼭 이런 말을 덧붙이곤 합니다. 인터넷을 이용해 지금 상영하고 있는 극장을 잘 찾아 집에서 멀더라도 예술의전당 가는 마음으로 가길 바란다고.

친구들은 말합니다. 독립영화도 쉽게 볼 수 있도록 상영하는 극장을 늘리면 좋겠다고. 그럴 때마다 또한 대답하곤 하죠. 그러니 바로 지금 힘들고 귀찮더라도 발품 팔아 그 영화를 꼭 보렴. 그럼 점점 늘어날 거야. 독립영화, 그중에서도 다큐멘터리는 세상의 방부제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큐멘터리가 객관적이거나 진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다큐멘터리는 현실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세계관에 의해 이미 반영된 어떤 주관적이고 새로운 현실을 영상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관객 스스로가 그 소재의 진정성을 찾고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감상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격렬하게 작가의 의견과 맞서기도 하고, 뜨겁게 심장을 공유하기도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다큐멘터리는 능동적인 관객의 태도를 요구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본다는 것은 현실 안으로 자신을 참여시키는 일입니다.

오늘 소개할 두 편의 다큐멘터리는 ‘오월애’와 ‘종로의 기적’입니다. ‘오월애’는 저의 친구이기도 한 한국 다큐멘터리의 오랜 벗 김태일 감독이 5·18 광주민주항쟁을 지금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학살의 현장, 저항의 현장을 목격하고 경험했던 분들이 그 오욕의 시간을 촘촘히 기억하며 토해내는 뜨거운 영화입니다.

또 한 편의 독립 다큐멘터리는 ‘종로의 기적’입니다. 제가 아끼는 후배들이기도 한 다큐멘터리 제작팀 ‘연분홍 치마’는 기지촌 여성의 아픔을 이야기했던 ‘마마상’부터 세 명의 트랜스젠더를 다루었던 ‘3× ftm’까지 성 정치와 여성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그리고 ‘연분홍 치마’의 구성원인 이혁상 감독의 작품 ‘종로의 기적’은 발랄하고 뼛속까지 건강한 세 명의 남성 동성애자의 커밍아웃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월애’와 ‘종로의 기적’ 이 두 작품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바로 지금 달구어진 아스팔트 길을 온몸의 근육에 힘을 주고 힘차게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있는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아프고 서럽기 때문에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살아가야 하기에 힘을 주는 모습을 보며, 이 두 편의 다큐멘터리는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구현한 현실의 세계로 들어오라고. 와서 함께 논쟁하고 때론 심장을 공유하자고. 그렇게 5월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보다 행복한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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