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서 무상급식 논쟁이 주민투표운동으로 발전하면서 지방자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민선 5기 시작과 함께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이렇게 높아진 관심은 자치단체장의 공약 이행을 위한 노력에도 큰 변화를 주고 있다. 민선 4기 2년차인 2008년도 기초자치단체장의 공약 이행자료 인터넷 공개율은 9%(230개 중 20개 지자체)에도 못 미치고 있었으나 2011년 2월 현재는 80% 이상의 기초지자체가 공약 이행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16개 광역자치단체장의 공약 이행 관련 정보는 민선 4기에 비해 월등히 많은 내용이 주민에게 공개되고 있다. 반갑고 유쾌한 일이다.

그런데 전국 각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244개 지자체의 수많은 정책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마땅히 없는 실정이다. 어느 지자체라고 주민의 행복한 삶을 목표로 하지 않겠느냐만 이런 자료를 살펴보는 주민의 입장에선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어 답답할 뿐이다.

물론 초등학생들의 받아쓰기 평가처럼 정해진 맞춤법에 따른 명쾌한 기준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나마 좋은 정책, 좋은 지자체의 계획들은 가려낼 수 있는 기준은 있을 것이다. 필자는 ‘양성평등, 저탄소, 사회정의, 시민역량강화’라는 4대 기둥이 필수라 생각한다. 개별 정책도, 지자체의 총괄적인 정책 방향이나 예산도 이 네 개의 기준으로 살펴보면 시민은 그 정책의 충실함과 부족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첫째, 특정 성(주로 여성이겠지만)이 정책의 입안과 추진과정, 그리고 그 정책 수혜자의 자리에서 배제되지 않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더 좋은 정책은 의도적으로 소외된 여성의 역량을 계발하고 사회적 활동에 적극 참여토록 하는 정책이다. 둘째,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저탄소 정책이 좋은 정책이다. 모든 정책을 추진할 때 화석연료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가급적이면 재생 에너지의 사용을 늘리는 정책, 숲을 훼손하면 그만큼의 나무를 심는 행동을 약속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셋째, 사회정의의 기둥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차별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장애인, 아동, 노인 등이 안고 있는 차별은 무의식적으로 재생산되면서 지속되고 있다. 양극화의 사회현상은 그것을 해결하려는 강한 목적성을 띤 정책만이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좋은 정책, 좋은 지자체의 예산은 차별을 극복해 사회정의를 세워나가려는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넷째, 지자체의 개별 정책들을 통해 시민의 자치의식과 역량이 커나가야 한다. 시민을 지역공동체의 주체로 새롭게 창조하려는 노력이 정책 속에서 찾아질 수 있을 때만이 그 지자체는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이 곧 그 지자체의 힘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명심해야 할 점은 위 네 가지 기준은 여성정책, 환경정책처럼 독립적으로 추진되기보다는 하나하나의 개별 정책들 속에 풍부하게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정책의 4대 기둥은 모든 정책과 예산을 받치는 튼튼한 기초가 돼야 한다.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