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연평도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극대화시킨 북한은 2011년 새해 벽두부터 표정을 바꿔 대화 국면을 주도하려 한다. 국제사회의 규칙도, 압력도 통하지 않는 북한. 한국과 미국은 막무가내인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주길 호소했고, 일말의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중국은 한·미 양국과 각을 세우면서까지 북한의 방패막이를 자임했다. 중국의 협조가 없는 한 한·미 양국의 대북 압박은 무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에 중국의 태도는 더욱 실망스러웠다.

개혁·개방을 이루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중국. 왜 21세기 중국은 도발을 거듭하는 북한을 감싸는 것일까? 중국 관영 CC-TV가 제작, 방영한 관변 드라마 ‘마오안잉’(毛岸英)은 어쩌면 이러한 궁금증에 중국이 세상에 내놓은 대답일 수도 있다.

마오안잉은 마오쩌둥(毛澤洞)의 장남이다. 그는 28세에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꼭 한 달 만에 북한 땅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했다. 중국은 2010년 10월 25일, 중공군의 6·25 참전 60주년을 기해 국영 텔레비전의 황금시간대에 36부작 드라마를 방영했다. 마오안잉의 아내인 류사제가 북한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남편의 묘소를 찾는 장면으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마오안잉의 어린 시절부터 그가 미군 폭격으로 사망하기까지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1950년은 중국이 공산정권을 수립한 지 불과 1년 만이다. 드라마 속 마오쩌둥 부자는 중국 공산당이 정권 초기의 위기를 무릅쓰고 북한 파병을 감행한 이유를 설명한다. 핵심은 바로 중국의 국익과 안보였다. 드라마는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듯 북한이 없으면 중국이 위태로운 순망치한(脣亡齒寒)이 두 나라의 관계라면서 ‘조선을 지키는 것이 중국을 지키는 것’ ‘역사적으로 일본이 조선을 발판으로 중국을 침공하려 했듯 유엔군이 3·8선을 넘어 북진하는 것은 북한이 아닌 중국을 노린 것’이라고 강조한다.

문제는 이런 인식과 주장이 드라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의 2인자 시진핑 부주석은 6·25전쟁이 ‘평화를 보위하고 침략을 반대하는 정의로운 전쟁’이었다면서 북한을 도와 미국과 싸운 이른바 ‘항미원조’를 정당화했다.

2010년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두둔하는 중국의 태도는 누가 6·25전쟁의 도발자인지, 누가 먼저 3·8선을 넘었는지 관계없이 유엔군의 북상을 표적으로 삼던 60년 전과 닮아 있다. 누가 연평도를 공격했느냐보다는 한·미 양국의 대북 압박과 군사동맹 강화가 중국 안보에 위험 요소가 된다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이다. 북한은 한반도 긴장을 조성해 미국과 중국의 관심을 끌고 중국과의 혈맹관계를 복원하는 데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는 듯하다.

60여 년 전 한반도 전쟁이 미·중의 담판으로 끝났듯 2011년 한반도에 주목하는 시선은 19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쏠려 있다. 한·미 동맹만이 한반도 평화를 지켜준다고 믿기에는 21세기 동북아 정세는 너무도 복잡하다. 강대국의 세력 균형점에 위치한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관계와 강대국의 복잡한 이익 계산을 아우르는 지혜롭고도 입체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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